죽음은 삶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잊고 살기 일쑤다.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특별한 연극 한 편이 대중을 찾아왔다. 유환민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소년문화 사목부)가 대표로 있는 극단 동네방네의 <왕, 죽어가다>가 그것.
죽음을 앞둔 한 인물의 고군분투를 통해 죽음을 묵상하도록 안내하는 연극 <왕, 죽어가다>는 사라지는 자 ‘베랑제’가 자신에게 닥친 선고의 말을 수락하는 과정을 담았다. “폐하께서는 곧 돌아가십니다”라는 말 앞에서 베랑제는 헛된 명령과 갈급한 애원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세계가 소멸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
연극은 베랑제의 내면 풍경을 극 전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베랑제의 몸에 깃든 죽음은 시간의 와해와 공간의 붕괴, 인물의 순차적 퇴장으로 이어지며 한 세계가 소멸되고 만다. 사라지는 자가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남겨지는 자에게만 애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스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 원작 <왕, 죽어가다(Le Roi se meurt)>가 초연된 지 딱 50주년이 되는 올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재의 삶과 존재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더불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온수 주머니를 차고 휠체어에 앉은 베랑제가 줄리엣에게 전하는 말은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
“하루에 같은 길을 두 번 걷다니! 위로는 하늘이 있고! 하루에 두 번 하늘을 쳐다볼 수 있어. 숨을 쉬면서 우리는 숨을 쉰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지. 생각해봐. 분명히 넌 모르고 살았을 거야. 숨 쉰다는 건 기적이야.”
지난해 창단된 극단 동네방네는 2011년 <없는 사람들>, 2012년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달아나라, 편지야> 등을 공연한 바 있다,
지난 8일부터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극 <왕, 죽어가다>는 12월 2일까지 이어진다. 또한 공연과 관련한 기사를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오거나 인터넷 기사를 출력해 오면 입장료 3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문의 070-8668-5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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