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결혼을 약속한 요셉과 마리아는 자녀를 많이 낳아 다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꿈꿨다. 그 후 차례로 다섯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고, 지난 10월 19일, 여섯 번째 ‘천사’가 이 가정에 찾아왔다. 바로 용인대리구 신갈본당의 나광집(요셉·46)씨와 김현주(마리아·43)씨 가정의 이야기다.
나씨 부부는 성요셉과 성모님이 그러했듯,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섯 명의 자녀들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온전한 신앙인의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교구 설정 50주년 기획 ‘교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네 번째 시간으로 나씨 가정의 이야기를 빌려 영적 성장의 요람이자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자라는 ‘가정’의 의미를 재조명함으로써 교구의 ‘미래’를 투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 태 안의 아기가 기뻐 뛰놀았다
지난해 3월, 아내 김씨는 태중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씨는 새벽미사를 봉헌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엄마이기에 다른 걱정거리는 내려놓고 아이만 생각하게 됐어요. 미사의 은총 안에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됐지요.”
아이들도 기다리던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다섯 아이들은 아기가 태어나길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남편 나씨는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내의 건강을 염려한 것. 나씨는 “아내의 나이도 있고, 제왕절개 수술을 계속 했던 터라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이를 품은 10달 동안 꾸준히 ‘태아를 위한 100일 기도’를 봉헌했다. 첫 아이 현성(베드로·18)군 때부터 ‘아기를 위한 100일 기도’를 시작해, 새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태아를 위한 100일 기도’를 봉헌해왔다. 김씨의 세례명 주보성인인 성모 마리아께 의탁해 묵주기도를 드리고, 미사를 봉헌했다. 더불어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천사의 의미를 담아 ‘엔젤’이라는 아기의 태명도 지었다. 앞으로 세례명 또한 천사 ‘가브리엘’이라고 지을 예정이다.
달이 차고, 출산 날이 되자 김씨는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다. 다섯 아이 모두 제왕절개 수술을 택했었기에 수술 부위가 덧날 수도 있고, 위험 부담도 컸지만 김씨는 결단을 내렸다. 아이와 연결된 탯줄을 자르고 아이를 배위에 올려놓았을 때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김씨는 “어머니가 되는 산고의 고통마저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일이기에 인위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출산을 하고 싶었다”며 “가족들과 주위 지인들의 걱정과 기도 덕분에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나씨 가족이 속한 신갈본당(주임 이상돈 신부) 식구들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기간 동안 김씨를 위한 격려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나씨 가정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늦둥이 혹은 셋째, 넷째를 임신하는 가정도 늘었다.
■ 신앙의 요람 ‘가정’에서 배우다
“엄마, 분유는 80CC로 타면 되지요?”
기자의 질문이 오고 가는 순간에도 다섯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막내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첫째 현성군을 비롯해 일찍 철든 큰 딸 지인(아녜스·16)양과 얌전한 셋째 예인(클라라·15)양, 귀염둥이 넷째 영인(베네딕타·13)양, 말괄량이 다섯 째 효인(효임 골룸바·10)양까지 철저한 가사분담으로 어머니를 돕는다. 아이들은 서로 보고 배우면서 자란다. 예인양이 “우리는 싸워도 즐겁다”며 웃는다.
부모에서 형제들로 이뤄지는 양육과정은 자연스러운 신앙교육을 가능하게 했다. 나씨 부부는 아이들과 평일미사에 참례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가족을 돌보는 미사의 은총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첫째 현성군은 현재 논산 대건고에 재학 중으로 예비신학생반에 속해 있다. 현성군은 “부모님께서 항상 신앙에 대해 일깨워주시니 자연스레 신부님이 되고 싶은 꿈을 꾸게 된 것 같다”며 “형제들과 어울려 지낸 경험을 살려 나중에 청소년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성군과 더불어 지인양도 성소의 꿈을 갖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효인양이 첫 영성체를 했다. 김씨의 지도로 가정교리를 받은 효인양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를 맞은 것. 가족들은 함께 모여 효인양을 축하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흐트러질 때마다 이처럼 함께 신앙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나씨 부부는 아이들의 삶의 중심이 하느님이 되길 바란다. 이때문에 부모보다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자 한다. 사회 안에서도 힘들고 지칠 때 먼저 하느님을 찾으라고 말해준다. 이러한 노력은 김씨의 어머니가 보여줬던 신앙생활을 닮아있다. ‘가정’이 대를 이어오는 신앙교육의 현장인 셈이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물으면 하느님이 제일 좋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우리 어머니가 하느님 안에 열심히 생활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듯이 저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하느님을 중심으로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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