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교회는 초창기부터 평신도들이 기여한 역할이 컸습니다. 서슬 퍼런 칼날의 박해 시대 속에서 평신도들은 성직자를 도와 교회를 재건하고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 같은 신앙 선조들의 전통과 봉사, 신심과 역할을 제45회 평신도주일을 맞으면서 또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 평신도들이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제45회 평신도주일을 앞두고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한국평협’) 최홍준(파비아노·70) 회장을 만났다. 최 회장은 “평신도주일이 모든 평신도들에게 ‘나의 축일’이라는 자부심과 ‘주인 의식’ 속에 이 시대 안에서 살고 있는 평신도의 사명을 새롭게 하는 기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신도들의 잔칫날이지 않습니까. 주일이 제정된 의미를 알고 서로를 축하해 주는 날이 되면 어떨까요.”
최 회장은 특히 신앙의 해에 맞게 된 이번 평신도주일은 지난 11월 10일 ‘평신도 대회’에서 발표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다짐’ 내용에서처럼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신앙을 먼저 쇄신하는 노력과 삶 안에서 펼칠 수 있는 평신도의 소명을 재인식하는 기회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최 회장은 “평신도의 소명은 곧 선교 사명과 같은 듯 하다”면서 “지붕 위에서 복음을 외치라 하는데,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내가 그리스도의 향기로 빛과 소금으로 살았을 때 외치는 소리는 더 힘이 있고 이웃에게 전하는 강도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83년 서울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홍보분과 위원을 맡으며 평협과 인연을 맺었다. 거의 40년 세월을 평협과 함께한 ‘평협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 평협내 교육·홍보·문화·기획분과위원장, 사무총장,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1968년 7월 23일 평협을 창설하였고 그해에 평신도의 날을 제정하는 등 ‘평신도’들의 지위와 역할에 주목했던 사도좌의 원의를 즉시 받아들였습니다. 그같이 공의회 후 빠른 시간 내에 평신도 협회의 발족과 평신도의 날을 제정한 것은 아마 세계교회 안에서도 유례가 드물 것입니다. 평신도 역할과 사도직의 중요성을 한국교회가 보다 관심있게 바라보고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평협 활동으로 화제가 돌려졌다. 한국평협은 올해 연초에 「한국평협 40주년 백서」를 발간하고 평협 창립 이후의 사도직 수행 발자취를 정리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서울대교구 평협이 중심이 됐던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행사’(1981년)와 ‘103위 시성식’(1984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1989년) 등 당시 한국교회의 발전상을 대표하는 3대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 그리고 1968년 평협이 결성된 직후부터 103위 시성을 기원하며 전 신자들의 순교자 현양 운동을 이끌었던 점, 또한 ‘내 탓이오’ 등 캠페인을 통해 한국사회 안에 신뢰 회복 운동을 펼쳐 나갔던 면 등을 그간 평협이 이뤄낸 성과들로 꼽았다. 최 회장은 특히 1984년 103위 시성식과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행사 대본을 집필하면서 평협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한 왕성한 활동을 바탕으로 500만 신자를 돌파한 한국교회이지만 한편 질적 성숙 부족이라는 지적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교회. 향후 보다 내실 있는 교회를 이루는데 있어 평신도들이 노력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신앙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이 약한 듯 합니다. 또 기도하는 생활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은 성장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주파수를 맞추려면 교회 매체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출판물, 서적 등을 보며 교회와 신앙을 알기 위해 관심을 지녀야 할 텐데 그런 적극성이 약한 듯 합니다. 바쁜 일상생활은 인정하지만 주파수는 하느님께 돌려져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다른 한 가지 미약한 점으로 ‘기도’를 꼽은 최 회장은 그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가정기도가 중요하다는 것.” 언젠가 한 혼배성사 자리에 참례한 적이 있었는데 주례 사제가 신랑 신부에게 ‘매일 아침·저녁기도 할 것’을 당부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최 회장은 “교회의 기초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신자들이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이 시대의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삶이 어떠해야 할 지 다시 한 번 물었다. 최 회장은 금년 평신도 주일 강론 내용을 인용, ‘꺼지지 않는 신앙의 불꽃’으로 요약했다. “불꽃이 계속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연료가 계속 채워져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서는 말씀과 기도 공부로 영적 충만함을 지니고 그것을 통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신앙의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최 회장은 “특히 세속주의로 인한 폐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시대 상황 안에서, 그 흐름을 거슬러 200여 년 전 신앙 선조들이 복음의 기쁜 소식을 말로써 뿐만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면서 전했듯이 오늘의 평신도들도 그 모습을 따라 하느님의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삶과 표양을 통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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