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소 방문을 시작할 때, 제게는 방문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좋은 교리교사와 나쁜 교리교사를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교리교사들이 매달 본당에서 갖는 모임에는 열심히 참여하면서 공소로 돌아가서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그들의 활동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초반에는 교리교사들에게 방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라 각 공소의 예비신자 교리시간을 파악하고 그 시간에 맞춰 예고 없이 찾아갔습니다.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예비신자는커녕 교리교사도 자리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마을에서는 공소가 없어진지 몇 년이 됐다고 다시 열어달라고도 했습니다.
교리교사 모임 날, 저는 공소 교리교사들에게 자리에 없었던 이유를 물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들이 솔직하게 그동안 열심히 활동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말라리아에 걸려서 병원에 갔다거나 가족이 상을 당해서 장례를 치르러 갔다는 등의 핑계뿐이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아무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모임에 나와 거짓으로 보고할 수가 있는지, 또 그들의 공소예절 활동 보고서를 보면 매주 몇 명이 참석했는지까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보고서는 모임에 오기 직전에 만든 가짜 보고서였습니다.
그 당시의 심정으로는 문제 있는 교리교사들을 다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그들을 자르고 새로 뽑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들을 귀찮게 하기로 말입니다.
요즘 저는 그들을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예고 없이 다니지 않습니다. 교리교사 모임 때에 방문 날짜를 정하고 정한 날에 방문을 합니다. 그러면 교리교사들은 억지로라도 마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세례 대상자와 첫영성체 대상자를 파악해서 준비시키게 하고 교육 날짜를 정해 사람들에게 공지를 합니다. 또한 찰고와 세례를 위한 일정도 정해줍니다.
할 일을 만들어 주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이 사람이 여러분의 교리교사다’라고 알리고 계속 되는 방문 일정을 잡음으로써 교리교사들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사실 잦은 방문으로 몸은 좀 힘들지만 나쁜 교리교사들을 일하게 만들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귀찮게 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교리교사로서 더 바삐 움직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 핑계만 대고 일하지 않는 교리교사들이 다시 열심히 움직일 수 있도록 일을 시키고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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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