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교회가 지속적으로 복음화의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신도사도직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실제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회의 고도화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들이 늘어남에 따라 평신도들의 투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최홍준 회장은 “한국교회에서 평신도는 여전히 주변적 또는 보조적 인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주소”라고 지적하고 “평신도들의 능력이 교회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본당을 비롯한 교회 각 분야에서 평신도 전문가와 지도자를 양성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 교회에서 전문성을 지닌 평신도를 육성하고 활용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 된지 오래다. 이미 적지 않은 평신도 교리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교리교육 분야는 제쳐놓더라도 환경 및 생명운동, 민족화해, 매스미디어 분야, 사회복지를 비롯한 각종 사회사목 영역은 물론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사목 분야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평신도 전문가들의 잠재력이 부각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평신도사도직의 가늠자가 될 교회 내 평신도들의 위상이나 역할이 여전히 시민·사회단체 등 교회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신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성직자 중심의 활동 구조 속에서 평신도 전문가들이 수동적인 역할에만 머물다 자신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다른 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원로신학자인 성염(요한보스코·69) 전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평신도 고유 영역인 각자의 전공과 직업과 활동분야에서 사회교리를 펼치는 사명감을 진작시키는 일이 새 시대에 평신도사도직을 활성화하는 과제”라며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고 있는 평신도사도직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평신도들이 교회 안팎에서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복음화에 일익을 담당해온 평신도선교사의 역사가 이미 40년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이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미미한 실정이다. 평신도선교사 대부분이 열악한 상황에서 복음 선포에 투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활동 무대마저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평신도 전문가와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회 차원의 제도 개선 및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한국 평협 최홍준 회장은 “평신도 스스로 자신을 한정짓고 있는 인식의 틀을 깨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오랜 숙원으로만 남아온 평신도회관(가칭) 건립 등 평신도들의 능력과 의지를 모아낼 수 있은 유·무형의 노력이 범 교회적 차원에서 함께 이뤄질 때 평신도사도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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