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일을 하며 사는 것이 평신도다. 그런 평신도이기에 평신도의 사도직은 교회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평신도는 세상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 속에서 평신도로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중의 한 사람.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이웃이 돼주고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로 인도해주는 이를 만났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병동 자원봉사자 유창옥(마리오·64·성포동본당)씨다.
“임기 없이 죽을 때까지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1986년 세례를 받은 유씨는 세례를 받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종 활동에 매진했다. 레지오를 비롯해 사목회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온 유씨는 임기가 정해진 본당의 활동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성당 밖으로 눈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추천을 받던 중 가장 보람되리라 여긴 일이 바로 호스피스병동이다. 2006년 시작한 봉사가 어느새 7년이 됐다. 7년 동안 유씨는 단 한 번도 봉사를 거른 일이 없다.
“여기서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할 수 없어요.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할 수 없는 인사죠. 이건 단순히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이분들이 마음을 열어주기 전까지는 다가갈 수 없다는 이야기에요.”
병에 걸려 죽어가는 이에게 ‘아무 탈 없이 편하다’는 뜻의 ‘안녕(安寧)’이란 말을 쓸 수 없었다. 유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건네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다가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련만 다가가는 일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남자라서 다가가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남자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목욕봉사였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가 여성인 탓에 남자 환자들의 목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유씨는 적극적으로 목욕이 필요한 환자를 찾았다. 생명유지장치가 얽혀있어 목욕이 불가능한 환자도 목욕할 수 있도록 기계에 물이 닿지 않게 하면서 목욕하는 방법도 고안해냈다. 그런 유씨의 정성에 많은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입을 열었다.
“이분들께 말씀드리면서 스스로 다시 일깨워요. 죽음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고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용서할 사람을 용서하고 용서받을 사람에게 용서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고 마음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유씨는 임종을 앞둔 이들을 만나며 하느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환자가 신자면 자연스럽게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비신자면 정서적인 면을 달래주면서 서서히 하느님 나라의 존재를 이야기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이들이 대세를 받고 떠나갔다.
“호스피스봉사는 신앙과 직접 연결돼 있어요. 이 봉사를 할 수 있는 마음은 사회·도덕적 기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환자 한 분 한 분이 예수님과 같이 여기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려 하죠.”
그렇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만나고 떠나보낸 이들이 벌써 500명을 훌쩍 넘어 1000명을 바라보고 있다. 그중에는 고통을 보속으로 여기고 기도하며 떠난 이도 있었고 많은 재산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떠난 이도 있었다. 호스피스봉사가 유씨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게 해줬다.
“더 낮아지고 겸손하려 애쓰고 늘 기도합니다. 단 1분 1초라도 하느님 은총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늘 기억하려 합니다.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라고 특별할 건 없어요. 하느님께 갈 때는 다 나누고 버리고 빈손으로 가야 한다는 걸 떠나시는 분들을 보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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