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초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총회장직을 권유하셨을 때 두려움에 선뜻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왜 주님에 부르심에 ‘예,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하지 못했을까요?
시간은 흘렀지만 소명에 응답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영성체를 하면서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왜 두려울까 생각해보니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는 진정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기쁨과 희망찬 봉사자로 살아가도 있는지 되돌아보곤 합니다.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지난 9월 17일 제 생애에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과 체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6호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저는 거창 88고속도로 위, 현장 출장길에 있었습니다. 당시 거창 인터체인지 인근에서 거대한 산사태를 만났습니다. 저와 제 차는 고속도로 계곡의 200m 흙더미와 물에 휩싸여 떠내려갔습니다. 저는 순간 핸들을 강하게 움켜잡으며 “주님 저를 구하여 주소서, 성모님 저를 돌보아 주소서”라고 수없이 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여보 지금 나 산사태를 만났어,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아 기도 해줘. 그리고 사랑해“ 라는 유언 비슷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 순간 급류 3m 전에서 제차가 돌면서 나지막한 언덕에 정차했습니다. 제게 그날 일은 기적으로 다가옵니다. 주님이 제 기도를 들어주시어 저를 살려주신 것입니다.
병원에서 치료 후 본당에 돌아오니 신부님과 형제, 자매님들은 저를 걱정하며 “‘총회장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하라’고 주님이 구해주셨으니 주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칠흑 같은 어둠과 공포 속에서 주님을 만났고 또한 주님의 은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 어떠한 고통도 주님이 십자가에 못 박으심보다 크지는 않겠지만 이번의 계기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더 많이 기도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우리 모두 하나 되는 공동체의 성숙된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도하며 실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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