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진욱이(가명)는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몇 달 전 가출을 했다. 학교생활 역시 적응이 어려웠기에 가출과 함께 학교도 그만뒀다. 오랜 기간 길거리를 방황하던 진욱이는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싫어하던 공부도 다시 하고 싶어졌다.
경기도 성남시에는 진욱이와 같이 가출, 가난 등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했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공부방이 있다.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대표 김하종 신부)이 경기도 성남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가출 청소년 단기 쉼터, ‘성남시 푸른 청소년 쉼터’의 청소년 검정고시 공부방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소외되고 방황하는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성남시 푸른 청소년 쉼터’와 함께 쉼터 내 청소년 검정고시 공부방 이야기를 소개한다.
■ 꿈을 찾아가는 여정 - 청소년 검정고시 공부방
올해 4월 시작한 공부방은 쉼터에 입소한 가출 청소년들과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한 쉼터 주변 지역(성남, 서울) 빈곤 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인과외 형식을 통해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쉼터 팀장 박성진(그레고리오)씨는 “가출, 가난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학업을 그만두게 된 청소년들은 의지할 곳 없이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아이들이 자기 자리를 잡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쉼터는 대상자와의 면담을 통해 학업에 대한 열의를 확인한 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그 덕분에 상반기에는 9명의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준비, 그중 6명이 합격의 결실을 맛봤다. 쉼터는 거실에 합격자 명단 현수막을 걸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현재는 하반기 4~5명의 학생들이 공부방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선생님들은 일반 학교 교사 출신을 비롯해 학과 전공자들로 이뤄져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국사 등 과목별로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공부방에서는 검정고시 합격 이후에도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마련, 해당 청소년들의 자립과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공부방을 통해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우림군은 “공부를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공부할 환경도 갖지 못했던 나를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공부방 선생님들께 감사한다”며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다면 특전사에 입대했다가 119 특수기동대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림군은 공부방을 통해 올해 상반기 고입 검정시험에 합격한 바 있다.
■ 나를 찾는 여정 - 성남시 푸른 청소년 쉼터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로, 2006년 4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를 설립했다.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는 “매년 증가하는 가출 청소년들을 보면 안타깝고, 어떻게 하면 그 숫자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며 “우리가 그들을 폭 넓게 이해해주고 스스로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소중함을 일깨워 주면서 기다린다면 다시금 손을 내밀고 다가와 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15명 정원의 쉼터는 현재 7명의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14세부터 24세까지의 남자 청소년들이 대상이다.
퇴소생 박성호(가명)씨는 “쉼터는 나에게 제2의 집”이라고 소개하며 “지금까지 늘 혼자 살아가는 법에 익숙했던 내가 쉼터에서의 삶을 통해 함께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쉼터는 입소자들의 가정으로의 안정된 복귀를 목표로 공부방 프로그램과 같은 교육 지원을 비롯해 법률 지원, 진로 및 취업 지원, 의료 지원, 생활보호 지원 등의 전반적인 분야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취미, 여가활동을 심어주기 위해 연극 관람, 독서치료, 등산, 미술, 보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 공부방 및 입소 문의 031-722-6260, 031-722-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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