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바티칸에 갔을 때 베드로광장에 전시된 성탄 구유를 보고, 제게 큰 꿈 하나가 생겼어요. 세계 순례자들이 찾는 이곳에 우리나라 종이인 ‘닥종이’로 만든 한국 구유를 전시해 한국교회를 알리는 겁니다.”
닥종이 인형 작가 이영숙(베네딕타·대구 도원본당)씨의 큰 꿈이 이뤄졌다. 이씨의 작품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이 세계 100인 국제구유전시회에 당선돼, 22일부터 2013년 1월 6일까지 로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에서 전시된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공모전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해 더욱 열중했던 것 같아요. 한국의 정서를 담아 행복하게 상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당선작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은 초가집을 배경으로 아기 예수님과 성모님, 요셉 성인의 평화로운 모습을 표현했다. 쪽머리와 탕건 등 전통적인 모습의 성모님과 요셉 성인, 초가집 앞에 달린 붉은 고추와 숯이 있는 새끼줄, 미역을 들고 오는 할머니, 고등어를 들고 오는 할아버지, 금방 딴 과일을 이고 오는 아낙네 등 인형 하나 하나의 표정과 손짓에서 놀라울 정도로 작가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모두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오는 소박한 주민들은 이제 막 깨어나는 그리스도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2000년대 초부터 닥종이 인형 작업을 시작한 이씨는 줄곧 전례와 말씀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늘 성경을 가까이 두고 성경필사를 통해 작품 구상을 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필사한 지는 한 20여 년 됐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성경을 읽으면 성경 내용의 장면 장면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 떠오른 장면을 닥종이 인형으로 옮깁니다. 성경필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저에겐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것보다 성경필사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요.”
그래서 이씨는 성경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씨는 성경 속 다양한 내용을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
“성경은 묵상하기에 따라 생각이 달라져 작품 구상거리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중풍 병자가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예수님께 내려가는 장면은 꼭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1982년 세례를 받고 매일 미사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는 이씨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교우들과 나눔의 삶을 살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다니는 본당에 전례력에 맞춰 닥종이 인형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제 작품을 보면서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길 바랍니다. 하루 5분씩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성경 속에 젖어드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한편 이씨는 세계 100인 국제구유전시회가 끝나면 ‘초가집에 오신 예수님’ 작품을 아시시 프란치스코 수녀원에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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