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 등은 제의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모세 율법의 이름으로 메시아 시대의 잔치에서 배제된다고 여겨졌다(1QSa II 3-11).
그러나 예수님에게 그들은 잔치에 초대해야 할 사람들이다(루카 14,12-14). ‘루카 7,18-23’(마태 11,2-6 병행)은 세례자 요한과 그 제자들 그리고 예수님 사이의 대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며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루카 7,19)라고 묻게 한다. 이것은 메시아에 관한 질문이다. 세례자 요한의 질문은 예수님이 메시아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신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루카 7,22).
이 말씀으로 예수님은 당신의 일을 메시아의 일로 표현하신다. 즉 당신의 일들로써 스스로 메시아이심을 드러내신다. 사실 루카 7,21-22에 언급된 메시아의 일들은 구약성경의 이사 35,5-6과 61,1-2 등의 예언을 실현한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여러 기적들은 그분이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신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의미를 가진다.
신약성서의 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상(像) 중의 하나는 ‘치유자’(治癒者, healer)와 ‘구마자’(驅魔者, exorcist)로서의 모습이다. 예수님은 나병환자, 중풍병자, 손이 오그라든 사람, 하혈하는 부인 등을 낫게 하시고, 죽은 이를 살리시며, 눈먼 이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시고,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깨끗하게 고쳐주셨다. 이와 같이 치유 기적과 구마 기적은 예수님이 행하신 일들 중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먼저 우리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와 그것의 구체적인 실현으로써의 치유와 구마를 이해하여야 한다. 예수님 당시의 유다인들은 병자, 불구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죄인으로 생각하였다. 그들은 종교적으로 부정(不淨)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의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했다. 죄인이요 부정한 사람들로 간주된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부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주변으로 내몰렸다. 이와 같이 그들은 하느님과도 다른 사람들과도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예수님이 병자, 불구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고치셨다는 것은 이 단절된 관계를 다시 회복시켜 주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배제되고 사회 안에서 소외된 이들을 성하게 고쳐주심으로써 그들을 다시 공동체 안에 포함시키고 그 공동체를 회복시켜주셨다는 것을 가리킨다. 예수님은 정결과 부정의 경계에 의해 배제되고 소외된 병자, 불구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고쳐주심으로써 그들과 ‘함께 느낌’(共感), 즉 ‘함께 아파하기’를 실천하셨다. 예수님에게는 일체의 차별과 경계, 분리와 배제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 즉 ‘함께 아파하기’가 더 큰 가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안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과 경계들로써 얼마나 많은 배제와 소외를 행하고 있는지?
예수님의 치유 대상이었던 병, 불구, 더러운 영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가로막는 일체의 상황, 현상, 경향, 세력, 제도 등을 가리킨다. 이것은 개인적, 신체적, 영적, 인격적인 동시에 공동체적, 사회적, 정치적, 생태적인 차원을 동시에 가진다. 하느님 나라는 올바른 관계의 회복이고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 운동이라고 볼 때,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과 함께, 이웃, 자연과 더불어 올바른 관계를 회복해야 하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새롭고 대안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
즉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의 도움과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분의 도움으로, 그분 치유의 손길로 해방되고 변화될 수 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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