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수녀(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와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드러내는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 번에 느끼게 했다.
김 수녀가 소임을 맡아 활동하는 기관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이하 레드리본)이다. 이곳은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약자)/AIDS(HIV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나타나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의 약자) 감염인들의 치료와 생활, 자립 등을 후원하고, 관련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레드리본은 센터 주소도 공식적으로 외부에 노출하지 못하고, 간판조차 건물 안에 붙여뒀다. 일반인들은 물론 감염인들도 외부 시선을 의식해 센터를 찾아오길 꺼리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찾아간 센터, 그곳에서는 현재 HIV/AIDS 감염인 200여 명에 대한 각종 돌봄과 신앙생활 지원까지 총체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었다.
김 수녀는 지난 40여 년간 가톨릭계 병원과 대학에서 활동한 간호 전문가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호스피스가 잘 알려지지 않은 때부터 임종자를 위한 돌봄에 힘쓰며, 가톨릭계 병원 호스피스의 체계 구축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감염인들의 교리교육과 성사생활 연계 등도 그의 몫이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 10월에는 유재라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3년째 레드리본에서 사회복지사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감염자 쉼터 운영 및 의료·심리·생활 상담, 재가 감염인과 재소자 감염인 지원 등에 역량을 보태고 있다. 감염인들의 교리교육과 성사생활 연계 등도 그의 몫이다.
하지만 레드리본의 각 활동은 운영비 부족과 자원봉사자 부족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이로 인해 이어지는 차별, 외면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김 수녀는 “감염인들은 질병에 대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우울감과 불안감, 죄책감, 무기력감, 분노 등 각종 부정적인 정서를 안고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의 자존감을 향상해주고 무엇보다 삶의 동기를 갖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서 HIV/AIDS 감염인들의 생활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가족들과도 단절돼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로움 때문에 자살까지 시도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김 수녀는 감염인들의 자립을 위한 묵주 판매와 후원 바자 등에서 한시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 수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HIV/AIDS에 대한 바른 홍보와 예방 교육 활동에 큰 힘을 싣고 있다.
김 수녀는 “HIV/AIDS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감염인들을 돌보는데 적극 나서야 할 의료인들조차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있다”며 우리 사회의 질병관리 실태와 의식 부족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에이즈는 희귀난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분류된다”며 “약을 먹고 관리만 잘하면 본인수명대로 잘 살 수 있는 병”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98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감염인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히 살아 있습니다. 더 이상 HIV/AIDS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갇혀있지 않고 감염인들도 ‘생각의 병’에까지 매여 있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에서 올바른 예방·홍보 교육 확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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