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상협 신부와 함께 아강그리알에 온 장세계(휴고) 봉사자가 6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떠나게 됐습니다. 그동안 콤보니 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고, 신부들을 도와 진료소 일과 닭장 관리 등 많은 일을 함께 해줬습니다. 어디에서든 아강그리알 아이들을 기억해주길 바라고, 아강그리알 공동체를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휴고 형제가 남긴 글을 소개합니다.
제가 남수단에 온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나 이제 떠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강그리알에서 지내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특히 콤보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재미난 일도, 가슴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정부에서 발행한 교과서로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합니다. 제가 주로 가르친 아이들은 6학년 아이들인데 교과서로 수업을 하다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예문들로 난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매 단원마다 짧은 영시를 아이들이 배우게 되는데, 주로 아프리카 동시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이날 공부한 시는 우간다의 여자 시인이 지은 시로, 아프리카를 떠나 사는 동안 자신의 모국인 우간다와 아프리카 대륙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시였습니다.
그 시에는 ‘그녀(아프리카)가 우는 것을 그만 보고 싶다, 그녀가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시를 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시의 내용 중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한 아이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누가 우는 건가요?”
저는 ‘아프리카 대륙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운다’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손을 들고 물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왜 우나요?”
아이가 그렇게 물어오는데 뭐라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어도, 저를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게, 다른 대륙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얼룩진 역사 때문에 이곳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말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사랑하지 않아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잖아.”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저의 눈에서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몸을 돌려 칠판에 ‘LOVE’라고 크게 쓰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가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
이렇듯 사랑이 모자란 곳에서 저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사랑, 가슴 한 편에 소중히 안고 갑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 아프리카에게 큰소리로 외칩니다. 사랑합니다!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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