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핵가족화에 따라 자신의 가족, 친지 어르신조차 외면하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어르신들을 극진히 모시는 수녀들이 있다. 설립자 쟌쥬강 수녀의 노인공경의 삶을 따라 사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수원분원장 조은숙 수녀) 수녀들이다.
■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처럼
수녀회 창립자 성녀 쟌쥬강 수녀는 어느 겨울날 오후, 아무도 돌보지 않는 반신불구의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 정성스레 보살폈다. 수녀회의 수녀들은 쟌쥬강 수녀가 삶을 통해 보여준 노인공경의 영성을 그대로 닮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성소를 살고 있다. 수녀들은 ‘어르신들 모시기를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처럼 하라’는 수녀회의 사도직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간다.
수녀회는 현재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평화의 모후원’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 분원에서 4곳의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세명의 수녀가 입국, 1973년 청주교구 초대 교구장 파 야고보 주교로부터 양로원을 넘겨받은 수녀들은 이듬해 새 집을 지어 이사했다. 현재 청주 청심 양로원은 문을 닫은 상태다.
초기 정착기 수녀들은 한국의 성소자들이 늘어나자 수원에 수련소를 열기로 했다. 교구에 진출한 수녀들은 1990년 양로원 ‘평화의 모후원’을, 1995년 수련원을 개원하기에 이른다. ‘평화의 모후원’의 머릿돌은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거행을 위해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축복했다.
수원분원장 조은숙 수녀는 “‘평화의 모후원’이 가진 목적은 수녀들의 집이 아닌 어르신들 자신의 집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자신의 집에서 편안히 지내시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수녀들은 어르신들의 방을 찾을 때면 남의 집을 방문한 것처럼 노크를 한다. 물건을 정리할 때도 어르신들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한다.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시선조차 배려할 정도다.
어르신들은 자신을 가족 같이 대하는 수녀들이 고맙기만 하다. 기도생활과 미사봉헌도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또 다른 기쁨이다.
■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들
‘평화의 모후원’은 모금과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수녀들은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돌보기 전에 먼저 가난을 실천하고 있다. 교구 내 본당들을 찾아가거나, 길거리 등에 나서 모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인심이 변화한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건물 내부 사무실을 찾아가려다 관리실에서부터 막혀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수도회가 아니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기도 했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후원은 물론, 채소나 과일, 빵, 생필품 등 필요한 물건을 내어놓는 이들이 있기에 수녀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에는 은인이 김장 배추를 보내주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큰 몫이 되고 있다. 이웃본당인 조원솔대본당(주임 최충열 신부)을 비롯해 각 본당 및 단체, 개인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기도 하고, 공작 실습이나 식사, 거동, 목욕 등을 돕는다.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먼 거리에서 일부로 찾아주는 봉사자들도 많다.
조 수녀는 “편리주의, 소비주의가 팽배한 요즘, 가난을 실천하며 나 자신을 비우고 남을 위해 채우는 것이 바로 부활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점도 많지만 남의 것을 받아서 생활하는 것이기에 가난을 항상 마음에 두고,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평화의 모후원’ 후원문의 031-241-1466~7 / 후원계좌 316-04-101069 우리은행 (재)천주교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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