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당 상임위원회는 성지순례 기금 마련을 위한 콩 심기 행사를 추진하기로 하고, 주임 신부님의 재가를 얻었다. 시몬 형제께서 내어놓은 3500여 평의 밭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촌기술센터에 자문을 얻어 콩의 종자를 선택했다. 종자 이름은 ‘연풍’이었고 조생종으로 타 종자보다 생산량이 월등하다고 했다.
콩 심기 행사 추진은 성지순례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지만 더 큰 목적은 모든 신자가 공동체의식을 갖고 봉사하면서 본당 화합의 장을 이룩해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송전본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또 끝까지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고, 순교로써 신앙을 지킨 선조들의 거룩한 얼을 이어 받아 모두가 무한한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올해 봄, 유난히도 가뭄이 심해 콩을 파종할 수가 없었다. 파종 시기를 놓치면 생산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 같아 흙먼지가 펄펄 나는 마른 땅에다 6월 17일 40kg의 콩을 심었다. 이날 우리는 하느님 백성으로 일치를 이루며, 은총을 받으면서 성령께서 우리 모두와 함께하는 큰 기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콩을 파종한지 이틀 후인 19일 소낙비가 흠뻑 쏟아졌다. 마른 땅에 비를 뿌려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모두 감격했다. 비가 온 후 5일 만에 콩이 꺼풀을 벗고 한번에 힘차게 솟아났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상임위원들을 중심으로 조류피해를 막고 제초작업, 병충해 방제를 실시했다. 콩은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랐다. 10월 21일 타작을 했고 수확량은 1300kg, 소득 금액은 1000만 원 정도 될 것 같았다.
비로소 우리는 관광버스를 빌려 충북 괴산에 있는 연풍성지를 다녀왔다. 순례에 참가한 신자는 166명. 103위 순교성인과 순교자들의 피는 한국 천주교회의 탄탄한 초석이 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축복 속에 생활하는 오늘날 신자들은 더욱 열심히 하느님 나라 건설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연풍(콩 종자 이름)콩을 심어 연풍성지를 다녀옴은 또 다른 하느님의 계시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우리 모두는 섬기고, 나누고 봉사하면서 예수님을 닮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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