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유일하게 바칠 기도는 감사기도입니다.”
‘우표 박사’ ‘우표 신부’로 널리 알려진 최익철 신부(90·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는 요즘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지난 1998년 9월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후대에 나눠주기 위해 책을 펴내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로 살아오며 그동안 손수 저술하거나 번역해 출간한 신앙서적만 해도 50권을 훌쩍 넘어서지만 최 신부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저는 하느님께 좋은 탈렌트를 많이 받았어요. 죽을 때까지 그것을 잘 활용해 주인이신 그분께 돌려드려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호되게 야단을 맞지 않겠어요.”
지난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몸 오른편이 불편하지만 요즘도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간 자신이 모아온 우표와 씨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최 신부가 소중히 간직해온 스크랩북에는 수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우표와 각종 성경 자료, 성인 일대기 등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지난 1963년부터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했으니 꼬박 50년 세월의 노고가 담겨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낼 「교회를 빛낸 이들」(가제) 등 3권의 책도 고스란히 최 신부의 반세기 열정이 밑거름됐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를 뿐입니다.”
‘나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 보리라, 주님의 장하신 일을 이야기하고자’라는 시편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최 신부는 “좋으신 주님을 전하는데 잠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자신의 저서와 평생 수집한 성화우표를 전시ㆍ판매해 마련한 재원으로 지난 2002년부터 청각장애아들에게 300대가 넘는 보청기를 선물한 것도 이들에게 하느님께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기 위함이었다.
“은총을 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은총입니다.”
노사제는 존재 자체로 주님의 은총을 전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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