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광부촌 광부들과 간호원들을 방문하면서 고해성사와 미사도 주례하고는 했다.
당시 내가 기거하고 있던 트리엘 칼 보로메오 수녀회에 입회한 문 보니파시아 수녀님이 마인쯔(Mainz)에서 교리신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 수녀님께 세례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아 교리와 기도를 가르치고 세례 준비를 돕도록 부탁했다. 나는 1시간 반 동안 기차를 타고 그곳을 찾아가서 그들의 준비상황을 확인하고 세례성사를 주례했다. 1970년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세례를 받을 예비신자들을 마인쯔에 모이도록 하고 성삼일을 함께 보내며 피정도 함께했다. 예비신자들에게 성 토요일 밤 미사 중 세례성사를 베풀기로 하고, 마인쯔 교구장님이신 폴크(Card. Volk) 추기경님께 물로 씻는 기본적 예식만 거행하도록 부탁드렸더니 쾌히 승낙하시며 매우 기뻐하셨다. 독일에서 대인영세를 베푼다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럽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3일 후에 세례를 받기 때문이다.
밤 미사가 끝난 후, 세례 받은 신자들을 위한 파티를 열었다. 추기경님께서도 우리를 찾아 오셨다. 축하 인사를 건넨 후, 내게는 마인쯔 교구에 좀 더 머물면서 한인 사목을 부탁하셨다. 반년 후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추기경님은 남은 한국 신자들을 걱정하셨다. 나는 “그것은 교구장님이신 추기경님의 소관이 아닙니까”하고 반문했더니 추기경님은 한국말 하는 신부를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답하셨다.
추기경님께 한국 주교단에 청한다면 혹시 신부를 보내줄 수도 있지 않겠냐고 여쭸다. 그리고 추기경님께 “확신할 수 없지만 한국 주교님들이 교포사목 신부를 보내기 위해서는 신부의 숙소 및 독일 본당 신부와 동등한 대우ㆍ월급, 사목에 필요한 여행비나 차량 등 재정적 지원과 함께 한국 신자들이 모일 수 있는 성당을 지정해 주셨으면 한다”고 청했다. 추기경님께서도 그 조건에 크게 공감하셨고, 이후 독일에는 이와 같은 조건 하에 한국 교포사목 신부들이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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