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른 나라에서 이주민이 돼보았으니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죠. 고향이 그립고, 가족이 보고 싶고. 그리움을 떨치기 위해서 일에 빠져서 생활하고, 그래도 보고 싶으면 운동도 해보고.”
이주민센터 수원 엠마우스 운영위원회장 민철규(베드로·58·원천동본당)씨는 1999년부터 13년간 이주민을 위해 봉사해온 토박이 봉사자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산업역군으로 요르단에서 정수작업을 했던 그가 한국에 돌아와 이주민을 위한 봉사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이주사목을 담당했던 조반니 신부를 비롯해 현재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최병조 신부에 이르기까지 그는 사제와 이주민의 손발이 돼 많은 일을 했다. 봉사 초기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을 찾아가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민들을 격려하고 고충을 상담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사장의 노사관계를 조율하고 법률과 보상 상담 등을 하면서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각 지역 병원과 약국을 섭외해 협력체결을 맺고 이주민들이 저렴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다문화축제와 이주민 캠프 등 주로 행사를 위해서 일하고 있어요. 신부님 뜻을 따라 이제는 이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고요. 행사 날짜, 유니폼, 현수막 제작 같은 것은 이제 이주민들이 다 해요. 저는 장소 섭외 등 이주민들이 직접 하기 힘든 중간 과정을 맡아서 도와주고 있고요.”
그가 이주민을 위한 봉사를 하며 가장 보람있던 때는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아기 퀴니의 수술을 지켜보면서였다. 선천성 심장기형과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났던 아이를 돕기 위해 차량봉사와 병원에서 통역을 해주던 것이 얼마 전 일인 것 같았는데, 이제 그 아기가 6살이 됐다.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매주 토요일 이주민들을 위해 빵을 제공해주는 제과점이다. 제과점을 찾아 수원 엠마우스로 빵을 배달하며 민씨는 흐뭇해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국경을 뛰어넘어 서로 어울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운 마음씨를 보기 때문이다.
“요르단에 있었을 때 현지인들과 한국인들도 있었지만, 인도나 가난한 다른 나라에서 온 보조기술자들도 많았어요.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서로 도우면서 의지하고, 참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이제 이주민들을 보면 제 가족 같습니다. 앞으로 봉사자들과 또 이주민들과 함께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봉사는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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