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로 봉사하고 있는 김상진(히야친토·68)씨는 서울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서울의 도보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씨가 서울문화관광해설사가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 몇 해 전 에베레스트 산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각국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어를 배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국 60세가 넘은 나이에 영어학원에 등록했고, 여느 젊은이들보다 더 열심히, 꾸준히 공부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어갈 즈음, 영어학원의 같은 반 친구가 서울문화관광해설사 제도를 소개해줬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는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각국 언어와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은퇴 지식층들을 활용,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는 서울 여행 가이드이다. 김씨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즐거움이 더 컸다.
“처음 권유를 받았을 때는 이미 모집기간이 지난 터라 1년을 기다려 첫 번째로 원서를 넣었습니다. 미리 영어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도 따둘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결국 합격했지요.”
2009년 5대1의 경쟁률이었다. 김씨는 당시 65세로, 합격자 중 가장 고령이었지만 그에게는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는 합격 이후에도 6개월의 훈련과 엄격한 시험, 현장실습을 거친 이후에야 정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이마저도 김씨에게는 기쁨이었다. 김씨는 지금도 매일 영어회화 레슨을 받으며 감각을 익히고 있다.
“활동하면서 차비가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돈을 벌고자 했다면 이러한 행복도 없었을 것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이지요. 아마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푼 것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은 마음일 겁니다.”
매번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종교도 서로 다른 이들과 만나게 되지만 김씨가 느끼는 것은 한 가지이다.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느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똑같이 만드셨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 문화가 다를지는 몰라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약자를 돌보고, 평화를 사랑하는 등, 선한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은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김씨는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서울문화관광해설사로서 외국 관광객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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