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의 변신은 무죄다. 투명한 창이 색을 만나자 한 폭의 그림이 됐다. 오는 12~28일 서울시 인사동 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조광호 신부·방혜자 화백 2인전 ‘창, 빛의 캔버스가 되고 달빛 드리운 한 폭의 그림이 되다’에서는 변신한 창, 예술이 된 창을 만날 수 있다.
‘빛의 화가’라 불리는 재불(在佛) 화가 방혜자(세례명 혜자) 화백과 다방면에서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조광호 신부(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장·인천교구)는 이미 화가로서 명성이 높은 작가다. 자신만의 색을 지니고 있는 두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 작품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에게도 도전이고 기회였다.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한국에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고자 전시기획자 정수경(카타리나ㆍ인천가대) 교수의 제안에 두 작가는 흔쾌히 응했다.
“이번 전시에서 일반 그림 작품을 스테인드글라스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건 새로운 개념이 아니에요. 샤갈도 공방 마에스터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그림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하기도 했어요.”(조광호 신부)
두 작가는 지난여름 내내 독일 피터스 스튜디오(Glasmalerei Peters Studios)에서 작업을 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독일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의 작업은 세계 최대 규모인 부산 남천동 주교좌성당과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 로비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선보인 바 있는 조 신부에게도, 유리화는 처음 시도하는 방 화백에게도 모두 신선한 경험이었다.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배우고, 작업했다. 화가로서의 연륜과 예술가적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방 화백은 “투명성을 가진 유리의 매혹에 빠졌다”면서 “유리에 그림을 그리며, 점으로 빛을 하나 하나 찍어 낼 때마다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전했다.
2012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예술지원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이번 전시는 거장들의 새로운 도전과 만남 외에도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리로서 깊은 의미를 가진다. 에칭, 라미네이팅, 레이어 기법 등 세계적인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기술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양의 창으로 인식되던 스테인드글라스에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한 작품들도 다수 공개돼 확장된 개념의 유리화를 접할 수 있다.
조 신부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보통 교회에서만 하는 줄 알고 있지만 유럽의 경우 건축적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며 “생활 속으로 파고든 예술로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인식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은 교회건축은 물론 일반주택, 도서관, 미술관, 학교, 병원, 관공서 등 민간 건축과 공공건물에도 스테인드글라스를 도입, 생태적 도시환경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에는 작가와의 대화(15일), 건축가, 예술가, 일반인을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세미나(18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스테인드글라스의 역사와 현대 건축에의 적용 가능성, 새로운 기법 등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정수경 교수는 “예술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스테인드글라스의 위상과 예술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동안 교회건축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던 스테인드글라스가 빛과 색으로 이뤄진 회화로서 현대 건축에 다양하게 도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문의 02-720-2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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