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신앙이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 모두를 포함하며 그 둘은 언제나 서로 연결돼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 수양과 수련, 자신의 성화를 지향하는 올바른 의미를 가진 신앙의 개인적 차원은 신앙의 총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했다.
“문제는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입니다.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이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는 거죠. 이러한 신앙은 타자의 일과 세상의 일에 대한 무관심으로 드러납니다. 교회가 사회 참여에 대해 무관심하고 거부하는 것도 이러한 신앙의 결과입니다.”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은 공동체가 가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개인의 신앙이 수단화되고 장식화된다는 점에 있다. 신앙이 삶의 중심에서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 정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신앙인들이 신앙을 자기 정당화의 근거로써 활용하고, 신앙적 가치관들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 것들만 선택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는 “신앙적 가치관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어긋날 때 소리 높여 반대하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며 “어떠한 신앙적 가치관이 올바른 것이라 해도, 그것이 이해관계 안에서 자신에게 손해나는 것이면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삼위일체론을 통해 하느님은 공동체와 관계의 하느님이며, 결국 그리스도교가 믿는 하느님은 사회적 하느님이자 참여하는 하느님이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역시 사회적·참여적 특성을 지닌 공적 신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 신학은 역사 안에서 인간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고 참여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포함돼 있습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과 사회교리 문헌들을 통해 신앙의 공동체성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을 가진 신자들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가 던져주는 물질적 쾌락과 풍요로움에 대한 욕망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는 “신앙과 욕망이 갈등을 유발할 때, 신앙을 던져버리고 욕망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며 “현실 교회 역시 교회 내부의 삶의 방식 안에서 교회 이기주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논리가 쉽게 수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신앙이 세속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앙의 세속주의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세속주의의 극복은 단지 선언적 비판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삶과 구조 자체가 세속주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앙은 교회 안에서 성장하는데, 교회가 세속주의적 논리에 물들어 있는 한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말씀과 더불어 이뤄지는 성사를 통해 신앙의 총체성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신앙은 믿음과 태도, 행동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신자들이 알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앙은 입으로도 고백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삶으로의 고백, 즉 실천돼야 한다는 것을 교회의 교육과 전례와 삶 안에서 분명하게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완 신부는 안동교구 소속으로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미국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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