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선조들이 모진 박해에도 신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준 천주가사를 소개하고, 현대화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원장 박원주 신부)은 지난 4일 서울 중림동 교회음악대학원 최양업홀에서 ‘천주가사로의 초대’를 주제로 학술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김상균 교수(교회음악대학원 현대성가 작곡 외래교수)·양문희 교수(교회음악대학원 음악이론 및 작곡 외래교수), 이상철 신부(대학원 교학부장) 등이 현대적으로 해석한 천주가사 ‘천주공경가’, ‘삼세대의’, ‘사향가’ 등을 각각 초연했다. 이에 앞서 하성래 연구위원(수원교회사연구소)의 기조강연과 강영애 교수(교회음악대학원 전통음악 담당 외래교수)의 발표가 진행됐다.
2015년 새 성가집 편찬이 이뤄질만큼 교회음악이 발전했지만, 신앙선조들에게 있어 신앙의 등불이 되어준 천주가사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2012년 4월 현재 학술연구정보서비스 검색 결과 단행본 165편, 학위논문 51편, 국내학술지 논문 35편, 기타 7편 등 260여 편의 연구가 이뤄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부분이 문학적 측면에서 천주가사를 연구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때문에 잊힌 천주가사를 소개하는 한편 현대음악과 접목시켜 편곡한 곡을 선보인 이번 학술연주회는 교회음악의 토착화를 고민하는 한국교회에 큰 의미를 던져준다.
‘천주가사의 의미와 연구성과’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하성래 연구위원은 “천주가사는 성가가 없던 시대에 성가 구실을 해왔다”며 “천주교 도입시기부터 박해기, 신앙의 자유를 획득한 시기를 거쳐오는 동안 신자들의 전교양식 혹은 신앙고백으로 노래된 작품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 연구위원은 또 “지금 우리가 부르는 성가가 천주가사와 같이 이 시대를 사는 신자들의 신앙고백과 전교의 도구로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영애 교수는 ‘노래로 불려진 천주가사의 재검토’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강 교수는 박해시기가 끝난 1886년을 경계로 제1기와 제2기로 구분, 천주가사 23종 40곡을 소개했다. 이들 작품은 정악 20곡, 민요 8곡, 시편성가 6곡, 창가 4곡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구성음, 리듬, 선율진행, 종지음 등이 서로 혼재하지만 정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교수는 “개인에 의해 창작된 천주가사가 교리실천을 위해 다수에게 불려지거나 교우들의 신심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교수는 “현대까지 음악적으로 연구된 노래들은 재정리하고, 새롭게 채록된 곡들은 기존 곡들과 비교분석해 천주가사의 음악적 특징을 확인하고 선현들의 지혜와 민족성을 파악하고자 한다”면서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천주가사의 보급·발전이 이뤄진다면 우리 민족에 대한 정체성과 자주성은 물론 올바른 인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주회는 이승훈(요셉) 문집인 「만천유고」에 전하는 ‘천주공경가’와 민극가 성인의 작품 ‘삼세대의’, 최양업 신부 작품으로 알려진 ‘사향가’ 등에 현대적 편곡을 더해 선보이는 자리로써도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김상균 교수가 편곡한 ‘천주공경가’는 멜로디 원형과 스케일은 보존하고 모티브의 리듬적 변형과 재즈 화성을 도입, 실용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불릴 수 있는 곡이다.
두 번째로 연주된 ‘삼세대의’는 천주가사를 합창곡으로 만든 첫 시도로, 선율은 변형시키지 않고 다만 현대음악의 분위기를 내기위해 노력한 곡이다. 이 작품은 이상철 신부가 편곡했다.
세 번째, 양문희 교수가 작업한 ‘사향가’는 조성의 음계나 현대적 화성을 사용하기보다 4개의 음을 구성음으로 했으며, 장구 장단을 피아노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천주교 교리서의 문답식으로 돼있는 사향가의 형식을 음악에서도 그대로 취했다.
이상철 신부는 “천주가사에 대한 음악적 연구를 통해 정형화된 악보를 제작, 현대 신자들을 위한 성가의 형태로 만들 수 있다”며 “이번 작업은 하나의 시도에 불과한 것으로, 향후 많은 교회음악 작곡가들의 작업을 통해 더욱 한층 발전된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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