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우리와 친교를 맺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낮아지셨으며 죽을 운명을 지닌 연약한 인간이 돼 오셨습니다. 강생의 신비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큰 표징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믿게 됐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재현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들의 온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그분과 닮으려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박해라는 극단적인 고통의 순간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했습니다.
이러한 순교자들의 정신은 특별히 우리 신앙선조이신 한국 순교성인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앙이 삶의 전부였으며, 사랑이신 주님을 위해 자유로이 목숨을 내어 놓음으로써 우리에게 온전한 신앙과 삶의 참된 가치를 드러냈습니다. 그들의 순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교구 설정 50주년 ‘교구 희년’과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시기에 교구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영적쇄신’을 위한 ‘잘 섬기겠습니다’라는 표어로 ‘하느님 사랑과 섬김’, ‘이웃 사랑과 섬김’, ‘생명 사랑과 섬김’의 3가지 영성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느님 사랑과 섬김’은 모든 영성운동의 근본 바탕이 됩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삶의 모범을 보여주고 증거한 이들이 자랑스러운 한국 순교성인들입니다.
하느님을 섬기며 사랑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우리 구원을 위해 강생하신 하느님의 신비를 무엇보다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교회에서 거행하는 공적인 전례와 다양한 신심예식에 있습니다. 따라서 ‘교구 희년’과 ‘신앙의 해’에 거행되는 성체성사, 고해성사는 물론 매월 거행되는 성시간을 비롯한 모든 전례적 거행에 충실히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는 것, 하느님의 말씀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얼이 살아 숨 쉬는 순교성지를 방문하는 것,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를 지내며 교황님의 권고에 따라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공부함으로써 하느님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자 하는 것, 이러한 모든 실천은 교회의 모든 전례 안에서 하느님 사랑의 신비에 참여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적극적으로 실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큰 사랑이 세상에 나셨습니다. 참 희망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 사랑과 희망을 이웃에게 전해야 합니다. 이 시대에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는 이들에게 각별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그리스도인만이 이 시대에 순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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