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교회 안에 어엿한 개별교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교계제도 설정 50주년이라는 뜻깊은 배경 속에 2012년을 출발했던 한국교회는 염수정 대주교가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하는 변화의 구도 속에 광주대교구와 수원교구가 각각 교구설정 75주년과 50주년을 맞으며 한국교회의 교구 역사를 재정립하는 모습도 있었다. 생명 분야에서도 응급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유지를 위한 노력 등 죽음의 문화를 거스르는 교회의 생명수호 의지가 보다 뜨겁게 표출됐다. 올 한 해 한국교회를 관통하는 주요 사목 활동과 흐름을 정리해 본다.
■ 신앙의 해
10월 1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의교서 ‘믿음의 문’ 발표와 더불어 선포된 ‘신앙의 해’가 개막되면서 전 한국교회는 주교회의를 비롯해서 교구 본당 기관별로 ‘신앙의 해’ 살기에 돌입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해서 대다수 교구가 개막식 행사를 통해 신앙의 해가 열리는 의미와 취지를 교구민들에게 고취시켰으며 계속해서 교리교육, 전례, 교육면에서 다양한 사목적 프로그램들을 제안, 신앙의 해를 통해 신자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보편교회가 신앙의 해 동안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가르침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내용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 것과 관련 전국 각 교구와 기관들은 이와 연관된 온 오프라인상 교육 공간이 활발히 조성됐으며 교육 자료들의 발간도 늘어났다. 또한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신앙의 해를 기념한 평신도대회를 열고 ‘평신도의 다짐’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신앙의 해를 새로운 신앙 쇄신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평신도들의 의지를 드러냈다.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종교연구소 공동 주최의 기념 심포지엄 등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맞물려 신앙의 해 의미와 공의회 정신을 한국교회 상황 안에서 새롭게 조명해보는 학술 행사의 개최도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다.
이렇듯 2013년 11월 24일 폐막 때까지 ‘신앙의 해’는 한국교회 안에 ‘신앙’에 대한 자가 점검의 계기가 되면서 한국교회가 맞딱트리고 있는 신앙의 위기는 무엇인지, 또 그 돌파구를 어떻게 살펴야 할 것인지 모색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와 종교연구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념하며 ‘새 복음화’ 촉진 노력의 하나로 ‘새 복음화와 한국 천주교회’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 생명
‘응급피임약 전문의약품 유지 노력’ ‘자살예방 강화’ ‘본당 단위 생명교육 확대’ ‘태중의 아기 축복식 승인’ 등 올해 한국교회의 생명수호 노력은 보다 적극적인 전방위적 움직임으로 펼쳐졌다.
무엇보다 올해 교회 안팎에서 커다란 이슈가 됐던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추진에 맞서서 주교회의 및 전국 각 교구와 산하 기관단체들, 평신도사도직단체들이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음으로써 응급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을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말기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 중단 ‘제도화’에 앞서 주교회의가 올바른 생명교육과 호스피스 인프라 구축 등을 촉구한 것도 연명치료 중단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가 서울 광주 부산 등 3개 교구 본당과 청년 센터에 자살예방 캠페인을 마련하는 한편 청소년 자살 예방 강화 및 생명존중문화 활성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생명사랑센터’가 문을 여는 등 한국사회 안에 극심하게 늘고 있는 ‘자살’ 예방과 관련한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교구 본당 단위로 생명교육과 생명수호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고무적이다. 특히 서울대교구 경우, 교구 생명위원회는 각 본당 생명수호 담당자 제도를 본당 생명분과로 격상시키면서 본당 지역 차원에서의 생명교육과 활동이 보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대구 수원 대전 마산교구 등에서도 다양한 생명교육과 활동을 진행하면서 본당 내 생명문화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켰다.
주교회의가 추계 총회를 통해 ‘태중의 아기 축복식’을 승인한 것도 ‘태아’에 대한 생명 인식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 청주교구 생명위원회가 6월 4~5일 펼친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반대 결의대회’ 모습.
■ 교구 설정 기념
올해는 광주대교구가 교구설정 75주년 및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수원교구가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했다.
광주대교구는 10월 7~14일 ‘우리는 세상의 빛입니다’ 주제로 전 교구민이 함께하는 축제를 열고 교구 성년과 교구장 비전을 선포하는 한편 ‘세상의 빛’으로서 소명을 다해갈 것을 다짐했다. 교구는 14일부터 교구 성년을 선포하고 이날부터 2013년 11월 24일까지 ‘평화를 빕니다!’ 주제 표어 아래 교구 성년 영성운동을 시작했다.
수원교구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10월 5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교회와 신앙- 그리스도의 사랑안에서 영적 쇄신을!’ 주제로 사목교서를 발표, 교구 설정 100년을 향해가는 교구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및 신앙의 해 개막미사 시작과 함께 분향하는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 소공동체 20주년
한국교회가 복음화를 위해 교계 차원으로 소공동체를 시작한지 20년을 맞았던 올해는 새로운 복음화의 견지에서 소공동체를 조명해보는 행보도 뚜렷했다.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소공동체 지역모임’이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주최로 대구 부산 전주교구에서 처음으로 개최됐으며 제11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을 통해서는 소공동체 20주년의 역사를 성찰하면서 한국교회 안에서의 향후 소공동체 비전과 역할을 모색해보는 노력이 시도됐다.
▲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시복시성 기원 제주 도보성지순례’를 실시했다. 사진은 순례 참가자들이 대정성지의 정난주(황사영의 부인) 묘 앞에서 기도를 바치며 시복시성 염원을 다지는 모습.
■ 계속되는 시성시복 운동
‘하느님의 종’ 순교자와 증거자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 등 순교자 신심을 본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계속됐다.
지난해 연말 교황청 시성성에 한국교회의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 성과물을 전달했던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그 여세를 이어서 ‘제주 도보순례’를 실시했으며 서울평신도사도직협의회도 ‘순교극과 함께하는 전국성지순례’ 행사를 마련하는 한편 125위 시복시성기원 묵주기도 운동을 전개했다. 이외에도 수원 청주 대전교구 등에서도 시복시성을 염원하는 성지순례가 지속적으로 펼쳐졌다.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도문을 승인, 시복시성 기도운동을 북돋우는 계기가 이뤄졌으며 서울대교구에서는 시복시성 관련 첫 자료집을 펴내면서 시복시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고취시켰다.
■ 주교단 변화
염수정 대주교가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 한국 천주교회의 중심교구이면서 140만 교구민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교구 역사의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5월 10일자로 염수정 주교를 제14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하면서, 염수정 주교는 임명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돼 6월 25일 착좌식을 가졌다. 이어 6월 29일에는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팔리움을 받았다.
한편 제13대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지난 1998년부터 서울대교구의 수장을 맡아왔던 정진석 추기경은 6월 15일 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 염수정 대주교가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했다.
사진은 6월 25일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염수정 대주교가 이날 참례한 모든 이에게 장엄축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6월 25일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염수정 대주교가 이날 참례한 모든 이에게 장엄축복을 하고 있는 모습.
■ 기타
- 교계제도 설정 50주년
교계제도 설정 50주년를 기념, 각 교구 수도회 기관 차원에서 그 의미를 성찰하고 전망하는 행사들도 다양했다.
대구대교구는 3월 10일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기념하는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기념 음악제등을 마련했으며 한국교회사연구소는 9월 21일 ‘한국천주교회와 교계제도’ 주제로 교계제도 설정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또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 내 순교자박물관과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에서도 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다.
- 제50차 세계성체대회 주교회의 공식 순례단 파견
한국 주교회의는 6월 10~17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된 제50차 세계성체대회에 한국 대표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을 비롯해서 74명의 공식 순례단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