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2년 12월 18일 오후 3시
■ 장소 : 수원교구청 주교 집무실
■ 대담 : 박영호 기획취재부장
▲ 지난 한 해 교구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2년을 돌아보시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간략히 밝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2012년에는 섭섭하고 가슴 아픈 일도 있었고, 의미 있고 기뻤던 일도 많았습니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일은 교구 설정 50주년 및 신앙의 해 개막미사를 봉헌했던 것입니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교구의 새 역사를 쓰는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평생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원로사목자 김창린 신부님과 투병 중이었던 이덕환 신부님을 하느님께 보낸 일은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또 23년간 교구장으로 일하셨던 김남수 주교님 선종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고, 두물머리 지역이 생태환경학습장으로 거듭나도록 정부와 합의된 일, 교구 영성관과 청소년교육의 중심축이 되는 갓등이 피정의 집이 문을 연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 교구장님께서는 사목교서를 통해 교구의 급속한 외적성장 이면에는 극복해야할 적지 않은 과제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교구가 겪는 어려움과 과제는 무엇일까요.
- 현대인들, 그 가운데 신앙인들에게도 하느님에 대한 열망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점점 밀려나고 있습니다. 대신 지금의 편안한 삶, 자극적 문화, 금전의 우상화와 이기주의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문화는 빠르게 확산됩니다. 8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교구 내 교우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본당도 200개가 넘었습니다. 신심활동 단체들이 증가하고 회원들도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이것이 속이 꽉 차 있는 모습인지는 살펴보고 점검해야 합니다. 사목교서에서도 밝혔지만, 신앙의 맛을 들여 전례를 신명나게 거행하면서 선교 열정을 불태우는 교구민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 교구 공동체가 성숙한 교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교구민의 일치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교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소통은 무엇이며, 교구민의 소통과 일치를 위해 어떠한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하느님 백성으로서 서로 친교를 이루고 나아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것, 이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입니다. 친교는 소통의 핵심입니다. 제가 교구민이나 신부님을 일대일로 만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교구가 소통을 하기 위한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소공동체 활성화이겠지요. 반과 구역, 지역, 대리구, 나아가 교구 공동체의 생명력은 아래로부터 대화의 공통분모가 형성돼야 함에 있습니다. 교구도 상명하달식이 아닌 충분한 의견을 아래 조직으로부터 신중하게 경청하고, 수렴해야할 것입니다.
▲ 이용훈 주교는 교구 공동체가 성숙한 교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교구가 상명하달식이 아닌 충분한 의견을 아래 조직으로부터 신중하게 경청하고, 수렴해야한다고 밝혔다.
-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청소년 교육의 절반은 완성된 것입니다.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청소년교육, 신앙교육, 신앙인의 바른 자세, 사회에 대한 기여,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고 실천에 옮기게 됩니다. 기도와 봉사(실천)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신앙인의 태도가 확고하게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와 교육자 등도 충분히 양성돼야 하는 문제고요. 그런데 꼭 소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성경모임과 연구단체, 신심단체와 같은, 관심사와 접목할 수 있는 형태의 소공동체 모습도 괜찮을 것 같아요. 소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꼭 이것만 해야 한다’라든지, 이런 모습들은 좀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소공동체 모습을 볼 수 있고, 획기적인 대안들을 마련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 주제를 사회적인 부분으로 돌려서, 2012년에는 다양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전부터 논란이 돼오던 4대강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올해는 제주 강정마을 문제 등 갈등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대사회적 발언도 많이 하셨는데, 2013년을 시작하면서 주요 사회적 현안들과 관련해 교회가 반드시 발언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부와 권력, 복지, 교육, 문화 등의 양극화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불안과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킵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노동자가 소통하며, 교회의 사회교리 가운데 연대성과 보조성의 원리로 풀어가야 합니다.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 사태, 그들의 유가족 문제, 한진중공업 사태 등은 소통하고 공생하고자 하는 연대의식의 결여에서 비롯됐습니다. 따라서 2013년 개선돼야할 사회적 현안은 역시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에 따른 세대 간 갈등, 계층 간의 대립이 될 것입니다.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용산참사 철거민, 해군기지 건설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투입된 자금의 투명성, 부실공사 논란, 유지 및 보수의 문제,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결정하지 않은 채 운영되는 원자력발전소, 수명이 다 된 원전 보수와 유지, 추가 건설, 북한 핵무기 개발과 국가 안보상황, 남북통일 정책 등도 갈등 요인이 될 것입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모든 후보들이 민생을 강조하고 국민을 하늘로 섬기겠다고 했습니다.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새해에는 정치권과 기업, 노동자가 소통과 화해로 국민적 화합을 이루고 서로의 연대의식과 보조성의 원리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근본적 사회변화를 이뤘으면 합니다.
▲ 개인적으로 새해에 관심을 두고 하시고자 하시는 일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새해를 맞아 교구민들에게 덕담과 사랑, 격려의 메시지도 부탁드립니다.
- 교구 설정 50주년 희년을 풍요롭게 보내고, 올해가 교구 새 복음화의 역사적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새해의 가장 큰 관심사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영적독서를 많이 하고 싶고, 편찮으신 신부님들과 원로신부님들을 찾아뵙고 싶어요. 복지시설을 찾아가 노인, 장애인, 중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용기를 드리는 대화도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교구민들이 하나 되도록 기도하고, 일선에서 수고하는 신부님, 수녀님, 교우들에게 감사드리며 격려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구민들이 주님께만 시선과 생각을 고정시키는 신앙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의 기념사업, 정신운동, 실천운동을 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교구가 지향하는 온 교구민의 영적 쇄신과 선교사명 의식이 내실 있게 100년을 향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해로 기초를 다지고, 후손에게 선배 신앙인으로서 바람직한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