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큰 본당으로서 교구에서 크고 작은, 기쁘고 슬픈 모든 행사가 진행됐던 곳이자 인자한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있는 것, 없는 것 보따리 싸서 딸을 시집보내듯 한 살림씩 무려 4개의 본당을 분가시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렇게 어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정공동체 성화운동과 소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영적·물적으로 봉사해주신 신자 여러분들 덕분이다. 과연 우리 본당 공동체가 주님을 섬기고 나누는 정신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13년이 흘렀다. 본당 설립 후 처음으로 젊은 신부님이 부임하셨다. 연령층이 높은 본당이기에 젊은 본당 신부님이 오신다는 것은 본당의 또 다른 희망이요,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거래처에 다녀오는 중, 새로 부임한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총회장을 맡아 달라’는 부탁 말씀이었다. 밥맛이 없을 정도로 고민도 많이 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새벽미사에 갈 텐데 잠도 오지 않고 ‘총회장을 한 번 했으면 됐지, 뭐 잘났다고 또 해’하는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왔다.
묵상 중에 ‘마음의 계획은 내가 하지만 혀의 대답은 주님께로부터 온다’는 주님 말씀이 생각났다. 하느님께서 어떠한 것 도 판단하지 않으시고 쓰고자 선택해 주심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렸다.
신부님은 항상 주일 강론 말씀 서두에 “한 주일 동안 신자임을 잊지 않고 살았습니까? 거룩하게 살도록 노력했습니까?”하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한 주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내적으로 변화되는 삶을 살라는 뜻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성숙된 신앙인의 삶을 살라’는 충고의 말씀인 듯 해 큰 감동을 받는다.
교구 설정 50주년과 신앙의 해, 우리 각자가 주님 안에서 영적으로 채워지는 참신앙을 요구하는 대망의 해, 모두가 설렘 속에 바라는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본당 공동체가 주님 안에서 화합해 성숙한 모습, 그리고 서로 따뜻한 미소를 듬뿍 나누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도 속에 주님께 청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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