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인생을 표현하는 하나의 은유이다. 인류의 역사 안에서는 행복한 인생을 위한 길,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길, 구원을 위한 여러 길이 모색되고 제시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리스도교는 하나의 ‘길’이다. 그래서 일찍이 예수님의 제자들인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자신을 ‘길’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사도 9,2).
그리스도교의 길이 인류 역사의 다른 길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독특함은 바로 역사의 예수님이 걸으셨고 제시하신 그 길의 독창성에 기인한다.
예수님의 길이 가지는 차별성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 안에 존재했던 다른 길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 분명히 드러난다. 당시의 제2 성전 유다이즘(Second Temple Judaism)과 로마 제국의 통치라는 정치적 질서 안에서는 다양한 길들이 존재했다. 이 길들의 다양성은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 인간 구원의 길, 이스라엘이 해방되는 길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과 가치의 선택에 기인한다.
예루살렘의 성전과 율법이라는 두 개의 큰 가치를 중심으로 한 유다이즘에서는 특히 할례, 안식일, 음식 규정과 정결 규정 등이 유다인과 이방인을 분리하는 ‘정체성 표지(identity badges)’ 혹은 ‘경계 표시(boundary markers)’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사실 당시의 유다인들 안에는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 열혈당, 헤로데당과 같은 여러 정치적, 종교적 그룹들이 존재했고 다양한 길들이 공존했다.
바리사이들은 율법의 정확한 해석과 철저한 준수를 구원의 길로 선택하였다. 그들은 유다인의 전통과 관습 속에서 철저한 정결 규정을 지키는 것을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사두가이들은 성전과 제사를 구원에 이르는 길로 선택한 사제들 중심의 그룹이었다. 정치적으로 그들은 로마 제국의 통치자들에게 긴밀히 협력하였다. 에세네파는 세상을 떠나 유다 광야에서 율법에 철저한 금욕적인 공동체 생활을 통해 구원에 이르려 했다. 열혈당원은 정치적으로 로마 제국에 대항하여 혁명적인 저항을 조직하고 폭력적 투쟁을 통해 이스라엘을 해방하려 했다.
그리고 유다인들 중에는 로마 제국에 편입되어 누리는 ‘평화(Pax Romana)’를 이스라엘의 구원으로 여기는 그룹도 있었다. 이와 같이 예수님 당시에는 하느님, 인간 구원, 이스라엘의 해방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실천들이 있었다.
신약성경의 복음서들에는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갈등이란 개인이나 그룹들 사이에서 생기는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 가치들의 충돌이다. 결국,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은 당시 유다이즘을 대표하던 그룹인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 사두가이들, 헤로데 당원 등이 지향하고 실천했던 길들과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 사이의 충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갈등을 통해 다른 길들과 구별되는 예수님 길의 독특함이 잘 드러난다.
예수님의 길은 마태 7장13-14절에서 분명하게 표현된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 예수님은 좁은 문, 좁은 길을 생명에 이르는 길로 제시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늘 상 다니던 길,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다니는 길,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길이 넓은 길이라면, 좁은 길은 사람들이 덜 다닌 길, 대안적인 길, 잘 다니지 않은 길인 셈이다.
예수님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신다. 성전과 율법의 넓은 길, 관습적인 길, 늘 다니던 길이 아니라 예수님 당신의 가치 선택을 대안적 길로 제시하셨다. ‘예수님과의 친교(communion)’와 ‘새로운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이 인간 구원의 길이라는 것을 주장하시고 실천하셨다. 그 길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가로막는 일체의 경계들을 철폐하는 해방과 구원의 길,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실현되는 대안적 길이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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