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은 2013년을 ‘세계 물 협력의 해’(United Nations International Year of Water Cooperation)로 정하고, 물과 관련한 협력 증진의 가능성과 물에 대한 접근성 및 분배와 공급에 따른 수요 증가에 비춘 물의 이용, 관리, 보존 방안 등을 마련하는데 힘쓰기로 했다. 2003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물의 해’를 지정한 것은 물의 실상에 대한 재조명과 물 부족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을 찾아 나가기 위함이다.
이번 호에서는 ‘세계 물 협력의 해’를 맞아 우리 삶 전반은 물론, 가톨릭 신앙 안에 녹아 있는 물이 가진 의미와 그 중요성을 되새겨 보고, 물 부족 해소를 위한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물 발자국 줄이기’ 방안을 소개한다.
▲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뿔 지역의 모습
■ 생명의 근원, 물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뤄져 있다. 물은 산소와 함께 우리 몸의 필수요소로서 소화 흡수, 순환, 배설 등 각종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물은 혈액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자 각 기관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체온 및 건강한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처럼 물은 생명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물 없이는 단 며칠밖에 버틸 수 없다. 다른 피조물에게도 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존에 필요한 절대적인 요소이다.
아울러 인류문명은 물 가까이에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우리 선조들 역시 물을 바탕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을 바탕으로 삶을 일궈왔다. 물이 사회ㆍ경제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물은 모든 피조물의 삶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양은 한정돼있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다고는 하지만 사용 불가능한 형태의 물을 제외하고 나면 사람들은 지구 수자원의 1%도 못 미치는 양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더욱이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서는 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물은 하루를 사는 절박함이다. 이들은 매일 물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가 갈수록 물 부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1년 12월말 현재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1일 물 소비량은 335ℓ로 이는 호주,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2~3배 가까운 양이다. 물을 아껴 쓰지 않으면 곧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물 쓰듯 쓰던 물은 이제 귀중한 존재가 됐다. 정부가 댐 건설이나 4대강 사업 등을 물 관련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 또한 물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 성경 속 물 이야기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 9)
생명의 원천인 물은 그 특성을 바탕으로 성경 속에서 많은 상징을 나타내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물을 당신 피조물의 일환으로 지어내시고 지상의 생명을 번영하게 이끄심으로써 창조질서의 의미를 드러내신다.
또한, 성경에서 물은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는 자들에 대한 하느님 축복의 결실(창세 27, 28 시편 133, 3)로서 등장한다. 레위기 26장 3~5절, 신명기 28장 1절과 12절은 하느님께서 물에 대한 권리를 당신 백성의 행실에 따라 행사하신다고 밝히고 있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께 세례를 베푸는 거룩한 순간에도 물이 함께 한다. 하느님께서는 물을 통해 우리 죄를 씻으시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로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하신다.
이를 바탕으로 성경에서 물은 깨끗이 씻고 불결함을 제거하는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사야서 1장 16절에서는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시편 51장 4절에서는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 라는 말씀을 찾을 수 있다.
물의 상징적인 의미는 세례 안에서 충만해진다. 물에 잠겼다가 나오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고 영신적으로 다시 태어남(로마 6, 3~11)을 의미한다. 하느님의 영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세례는 ‘재생의 목욕이며 성령 안에서의 쇄신’으로서 죄의 종말로부터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새 생명의 원리이다.
■ 물 발자국 줄이기
현대 사회의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위주의 삶에서 비롯된 자연환경의 오염은 사용 가능한 물의 양 감소를 가속화하는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앙인들은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생명을 돌보는 청지기의 임무를 맡고 있다.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한편, 단순한 절약 방법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실천이 많은 이들의 복음적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 발자국 줄이기’는 사람이 직접 씻고 마시는 데 사용한 물과 재화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물(가상수)의 양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실천사항들을 소개한다.
▲ 생수를 소비하기보다 물을 끓여 먹기.
▲ 수세식 변기 물통에 물을 채운 맥주병 넣어 사용하기.
▲ 양치질, 세수 시에 물을 담아두고 쓰기.
▲ 쌀뜨물을 설거지에 이용하기.
▲ 샤워시간 5분 단축하기. (10~20ℓ 단축 효과)
▲ 세숫물 등 허드렛물을 청소에 이용하기.
▲ 수도꼭지와 샤워기를 절수형으로 교체하기.
▲ 우리 집 식단을 과일, 채소, 곡물 위주로 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