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시선이 세상을 해석하는 눈, 곧 사진가의 사상이다.”(「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빈첸시오·84)씨가 카메라와 동고동락을 해온 지도 올해로 56년째다. 그는 반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진으로 호흡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았다. 이제는 혼연일체가 됐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그에게 사진은 바로 삶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이루는 요소, 사상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의 현장을 촬영해왔다. 당연히 그의 시선은 항상 한국사회에 머물렀다. “한국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에 의미를 둔다”고 말한 그는 우리사회를 살아왔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그의 작품관으로 인해 고생도 많이 했다. 한국전쟁 이후 새마을 운동을 통해 근대화를 주도하던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최씨를 탄압하기도 했다. “50년간 100번 이상 신고를 당했다”는 그의 말을 통해 그동안 겪은 고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입가에 스치는 미소, 깊은 주름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등 순간적으로 포착된 가난에서 휴머니티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억지로 웃어달라는 등 연출을 하는 것은 진실이 무너진다고 생각해요. 대상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이 일치하면 그때 진실이 되고, 예술이 되는 것이죠.”
최씨는 사진이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소신처럼 있는 그대로의 피사체를 보여주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 오고 있다. 어떠한 과장도, 의미부여도 없다. 그저 카메라에 포착된 누군가의 삶이 사진가의 삶의 통찰과 맞닿는 지점에서 셔터를 누른다. 이렇듯 그는 치열한 사상과 작가정신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고,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압축해서 표현한다. 또한 보는 이들에게는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그의 ‘진실성’이 통한 것이다. 이는 최씨가 리얼리즘 사진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寫眞)은 말 그대로 진실을 찍는 거예요. 찍고 나서 트리밍이나 포토샵 등 작업은 절대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 사진이 사람들 마음속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최씨는 사진과 예술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반성들을 엮은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344쪽/1만8000원/로도스)을 내놓았다. ‘이 시대에 사진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돼 얻은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자신의 사진인생을 풀어낸 책이다.
그는 책을 통해 이야기 한다.
“무엇을 찍던 간에 자신만의 사상과 의식이 있어야 해요. 그 의식은 체험을 통해서 발견되고, 가다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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