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오는 흰 눈처럼 흩날리는 목련, 살랑살랑 나부끼는 연두색의 풀 등 사진작가 이명지(라파엘·67·인천 답동본당)씨의 작품은 사진인지 그림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회화적인 사진은 이씨 작품의 특징이다. 촬영 후 보정으로 만든 사진은 절대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경험한 끝에 찾아낸 촬영기법으로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들어냈다. 그가 회화적인 사진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20년이라는 세월동안 공부하고 작업을 이어오면서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에 대해 알게 됐다. 그 영향으로 1700~1800년대는 회화적인 사진이 유행했었다는 사실을 접한 그는 현대의 사진문화가 리얼리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2009년 ‘갯벌, 바람 그리고 노을의 노래’ 사진집을 준비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회화적인 사진 작업에 매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회화적인 표현의 작품을 내놓은 것.
이씨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곧이곧대로 찍히는 작업인 사진과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일 평화화랑에서 ‘숲Ⅱ’을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설명과 같이 ‘미술과 사진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이씨 작업의 집약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5년간 전국의 숲을 찾아다니면서 뷰파인더에 담은 작품만 2000컷. 그 중에서 추리고 추려 30여 점을 뽑았다.
작품 선정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작가는 비록 사진이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중심으로 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회화적인 사진촬영 기법은 자신의 작품관을 반영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눈여겨볼만한 요소들이 많다. 작품 촬영부터 인화, 액자까지 모든 작업을 이씨가 직접 참여했으며, 인화지도 캔버스와 같은 느낌으로 회화적 사진의 특징을 십분 살리기에 충분하다. 또한 자칭 흑백사진 마니아라는 작가의 컬러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를 앞둔 이씨는 “죽을 때까지 사진으로 자연을 표현하고 싶다”며 “하느님께서 주신 자연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의 02-727-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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