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르>에는 사랑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키스 장면도 없다. 그저 고요와 정적만 흐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2012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한 <아무르>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수십 년을 함께하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마주하게 된 80대 노부부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통찰하는 작품이다. ‘평생에 걸쳐 사랑하고 의지했던 사람이 어느 날 반신불수가 되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상황에서 사랑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 노부부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 분)와 안느(에마뉘엘 리바 분)의 삶에 회색빛 어둠이 짙게 드리운다. 어느 날 갑자기 오른쪽이 마비된 안느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절망하고, 남편 조르주는 헌신을 다해 아내를 간호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사랑’ 하나만으로 아내 곁을 지키던 조르주도 서서히 지쳐간다. 그래서 조르주는 아내의 마지막 품위를 지키면서도 그 자신도 편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다.
1997년 <퍼니게임> 2001년 <피아니스트> 2005년 <히든> 2009년 <하얀 리본>에 이르기까지 일상 곳곳에 잠재돼 있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잔혹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최신작인 <아무르>는 우아하고 정교한 연출, 80대 노배우들의 영혼을 울린 연기, 사랑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전세계적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칸을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19일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는 6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며 놀라운 흥행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는 이즈음, 영화 <아무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사회에서도 조르주와 안느가 겪는 고통과 아픔, 사랑 이야기를 종종 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경험을 다루고 있는’ 영화 <아무르>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위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각박한 세상살이에 사랑의 의미를 잊고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사랑의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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