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들 2013년 새해가 밝았어요. 올해 소원이 뭐에요?”
광주광역시 북구 치매주간병원(원장 이종호 수사, 이하 치매주간병원) 봉성체 시간,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새해 소원을 묻는 수사의 말에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모두 자식이 잘됐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점차 자기 자신을 잊어간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바라는 것은 가족의 행복뿐인 어르신들, 그 어르신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좀 더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도 치매주간병원은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일 년에 두 번씩 따로 하고 있어요. 그거 자체가 치매에 대해서 알려드리는 것도 있지만, 가족이 가지고 있는 부양 부담을 줄여주는 데 있거든요. 어르신들이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목적 중 하나입니다.”
(재)천주의성요한수도회에서 위탁 운영 중인 치매주간병원은 20여 개의 치매 재활 프로그램과 가족상담 및 교육 전담 가족상담사 배치, 가족을 위한 휴식지원서비스 등을 통해 병원 이용객들이 최대한 가족들과 함께 머물면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의사, 상담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의학적인 도움뿐 아니라 사회복지가의 도움이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내 부모를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서를 갖고 있어요. 그러지 못할 경우에 표출되는 죄책감이 큽니다. 낮에 어르신들을 돌볼 수 없는 가족들을 대신해 우리가 주간 동안 그 역할을 해드리고, 밤에는 어르신들이 익숙한 가족과 공간에서 활동함으로써 그분들의 삶의 질을 높아지고 가족들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치매주간병원은 주간보호와 치료를 접목해 치매환자 가족들이 낮에 사회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아 지난 12월 20일 보건복지부 주관 ‘2012 치매 우수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여기서 같이 밥을 드셔 보면 이 병원이 어떤 곳인지 피부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또 자랑을 좀 하자면 우리 입원실은 병실 같지 않고 집같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치매주간병원에서는 환자를 환자라 칭하지 않고 손님이라 부른다. 따라서 식사 역시 환자들과 근무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먹는다. 시대 소명에 일치하고 사람 중심의 봉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수도회 근본 카리스마를 펼치기 위함이다. 1958년도에 아일랜드 관구 수사들이 진출한 이후 끊임없이 시대와 지역사회의 요구에 응답해온 천주의성요한수도회는 2000년대 들어와서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개념으로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우리 치매주간병원은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에게 치료의 기회와 가정의 활력을 갖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입니다. 치매주간병원이 전국에 여러 곳에 생겼으면 좋겠어요.”
치매주간병원은 환자들에게 건강한 사회 활동을 제공해줌으로써 경험과 동기부여를 일으켜준다. 김혜련(로사·39) 간호사는 “2년, 3년째 치매주간병원을 다니면서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어르신들도 많지만, 규칙적으로 누가 모시러 오고 모셔다 드리고 하는 것을 사회생활로 받아들여 거부감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가족들 말로는 주말 동안 식사도 잘 안 한다고 하는 분들도, 여기서는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하고 하니까 그렇게 낯설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양동석(토마스 아퀴나스·46) 주치의는 “치매는 현대 의학으로 아직 완치가 불가능하여서 초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수밖에 없다”며 “일반인들이 치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줬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치매주간병원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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