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를 교회의 사람으로 지켜야할 의무가 우리 살레시오회에 있습니다.”
살레시오회는 지난해 11월 남수단 톤즈 돈보스코 브라스밴드의 활동을 담은 KBS스페셜 ‘브라스밴드, 한국에 오다’에 대해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지루하게 이어졌던 공방은 지난 4일 서울 남부지법이 방영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이태석 신부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그와 관련된 활동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가 앞으로 지고 가야 할 숙제이며 숙명이다.
지난 12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만난 관구장 남상헌 신부는 먼저 “교회 내의 분열, 이권다툼으로 보여질까봐 걱정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살레시오회가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살레시오회와 KBS와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울지마 톤즈> 제작 단계에서부터 KBS는 이 신부가 소속된 살레시오회를 철저히 배제하고, 본인들의 기획의도 아래 수도자, 선교사가 아닌 의사, 음악가의 모습을 강조했다. 한국관구의 승인을 받으라는 톤즈 살레시오공동체의 요청도 무시했다. 이번에 ‘브라스밴드, 한국에 오다’가 더 문제가 된 것은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청소년들의 인권 침해, 양해각서 조작 의혹, 사실 왜곡 등 때문이다.(2013년 1월 13일자 가톨릭신문 참조)
“방영금지 가처분은 톤즈의 돈보스코 중등학교 교장 샤이젠 신부와 브라스밴드 학생들이 먼저 요청한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10월 한국 방문을 통해 여러 문제점을 직접 느꼈다고 전해왔어요. 더불어 촬영에 합의한 적도 없고….”
남 신부는 눈물에 호소하고, 물질적인 도움을 이끌어내는 것은 톤즈를 돕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태석 신부의 사목활동도 역시 물질적인 도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아이들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재능을 내놓았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꿈을 응원했다.
“이태석 신부는 톤즈 공동체와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현지 공동체와 협력해 그들이 좋은 사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올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교회에 온전히 자신을 바친 수도자를 사회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 신부 선종 이후 살레시오회는 크고 작은 진통을 겪었다. 영화 <울지마 톤즈>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태석 신부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대부분이 상업적인 접근이었다. 급기야 살레시오회는 지난해 이태석 신부 소위원회를 발족, 그와 관련된 사안들을 검토, 계획하고 있다.
“이태석 신부의 삶과 영성이 한 점의 왜곡 없이 신자를 비롯 대중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살레시오회에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분들께서 이 신부의 삶을 자신의 삶 현장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를 기리는 것이 아닐까요?”
[인터뷰]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장 남상헌 신부
“이태석 신부는 교회가 지켜야 할 ‘교회의 사람’”
발행일2013-01-20 [제2829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