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비 예삐 무아네!”(‘안녕하세요’ 아프리카 잠비아 가온디 부족식 인사)
만 65세가 되던 2009년 8월 안양대리구장 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한 후, 잠비아에 있는 솔외지 교구 마냐마라고 하는 마을로 들어와 산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 늦은 나이에 무슨 아프리카 선교냐고 핀잔도 들었지만, 소박한 이곳 형제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사제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
나는 2005년 분당성요한본당에서 주임신부로 있을 당시 휴가를 얻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킬리만자로(5895m)로 등반을 떠났다. 고소적응을 못해 구토와 두통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5000m까지 큰 문제없이 올라간 나는 자신감에 가득 차 마지막 키보 산장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가빠지면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증상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포기할 수 없었기에 계속 올라가려고 시도를 해 보았으나 더욱 악화됐다.
‘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하느님, 살려주십시오’하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공짜로 살려달라고 하느님께 조르는 것이 너무 염치가 없어서 살려만 주시면 더욱 잘 살 것이고 그동안 못다 한 일들도 열심히 하겠노라는 약속들을 두서없이 해댔다. 결국 다시 호롬보 산장까지 4시간 이상을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 회개의 눈물이 범벅이 돼 내려왔다.
죽음 직전에 하느님께 드렸던 많은 약속들 대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한 가지 약속만큼은 나를 꼭 붙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다. “하느님, 저를 살려만 주시면 여기 아프리카에 다시 와서 이곳 형제들을 섬기며 살겠습니다,”
이곳 생활이 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내가 왜 이런 약속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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