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공소공동체의 영성 및 정신 계승을 위한 연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 내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모태이자 신자들의 신앙 못자리로 작용했던 공소공동체 영성의 부활과 공소정신의 확산이야말로 시대정신을 올바로 파악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시대의 물음에 부응하는 가톨릭정신의 실천”이라고 강조하면서, “특별히 신앙의 해를 지내며 한국교회의 내적·질적인 성숙과 신앙의 기본을 새롭게 하는 의식이 새로운 복음화 측면에서 고찰되고 있는 시점을 감안할 때, 공소공동체의 삶에서 드러난 영성을 토대로 공소정신의 전승을 위한 연구가 서둘러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대형화되어 가고 있는 도시 본당에서 소공동체 사목과 관련한 모델을 해외에서 찾기보다는 한국교회의 전통에서 찾아보자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간 교회 안에서 공소공동체 현황이나 실태 혹은 역사에 관한 연구가 간헐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대개 교계 입장에서 교회의 행정적인 부분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공소공동체 신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공소공동체 연구는 특별히 한국적 소공동체의 뿌리를 찾는다는 면에서도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배가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교회 소공동체의 뿌리로서 공소공동체 연구’라는 제목으로 경기북부 지역 공소공동체를 구술연구한 김혜경 박사(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열린 협동의 정신’, ‘나누는 삶의 공동체’, ‘주체적인 신자의 모습’ 등을 공소공동체가 ‘한국적 소공동체 원형’이 될 만한 요소로 소개하고 있다.
김 박사는 “우리의 공소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처럼 생활공동체이자 같은 운명 공동체로서 서로 섬기고 나누는 마음들이 모여 이룬 공동체였고, 생존을 위한 경제적 삶과 신앙생활이 통합돼 그 자체가 존재 양식을 이루었던 점에서 공소공동체는 한국교회 신앙공동체의 삶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전시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소공동체를 오늘날 같은 개념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공소공동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소정신은 소공동체 사목을 기획함에 있어서 충분히 참고할 수 있고, 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어떤 신심단체나 교회공동체의 특수한 부분이 아니라, 공동체 그 자체가 삶이 되고, 신심단체가 되고, 교회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는 면에서 공소공동체는 한국적 소공동체의 가장 큰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김진소 신부(원로사목자·호남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도 앞서 ‘한국천주교회의 소공동체 전통’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가 역사와 대화하며 온고지신의 정신을 갖고 신앙유산에 관심을 두고 살아왔다면 한국적 소공동체의 원형인 교우촌 및 공소의 역사를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교우촌과 공소를 한국적 소공동체의 모델로 제시한바 있다.
한국 신자들의 영성 연구 측면에서도 공소공동체 연구의 필요성은 재삼 강조되고 있다.
김혜경 박사는 “공소공동체 신자들은 스스로를 교회의 주인으로 생각하면서,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열정을 창출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명력을 보여줬다”고 전하면서 “어려운 교리공부와 찰고를 통해 교회 구성원이 됐고, 신자가 된 이후에도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어려움을 견디며 그것에 대한 불평 보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는데, 이는 주인 정신에서만 올 수 있는 모습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소공동체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 교구 차원에서의 제도적인 인적·물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구술 작업’이 첫 단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역사학자는 “각 교구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공소공동체 연구를 위한 전담 인력이 배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공소공동체 신자들의 삶을 들려줄 공소회장 출신 신자들이 고령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조속한 연구 작업의 착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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