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대놓고 드러내는 것보다 일상에서 천천히 물들어갈 때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성남대리구 분당성바오로본당이 한 해 동안의 ‘우리가족 찾기 운동’을 마무리 하는 ‘화해와 일치의 밤’에서 ‘선교 으뜸상’을 수상한 서옥례(리디아·78)씨 또한 일상의 선교를 몸소 실천해왔다.
“나 혼자만 하늘나라 가면 뭐하겠어~. 신앙생활도 함께해야 좋은 것이지요.”
1985년 스스로 신앙을 접한 서씨는 10년 전부터 주변 선교를 시작했다.
어느 날, 서씨가 성당을 오갈 때 타고 다니던 마을버스가 오랜 시간 지연 됐다. 40여 분이 지나 버스가 도착하자, 버스기사는 미안해했지만 서씨는 가톨릭 신자임을 밝히고, “기다리는 시간만큼 묵주기도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며 오히려 버스기사를 위로 했다고. 이튿날 그 버스기사는 자신도 성당에 나가고 싶다며 서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서씨는 거주지 본당의 입교식 일시를 확인하고, 세례를 받는 순간까지 곁에서 버스기사와 함께했다. 서씨는 나이 드신 아버지, 어린 아들과 함께사는 버스기사를 살뜰히 챙겼다.
이처럼 서씨는 일상의 이웃부터 아파트 관리실 직원, 아들 회사의 직원들까지 주변인들을 자연스레 성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본당에서 진행한 ‘우리가족 찾기 운동’에도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선교 대상자 명단을 제대 앞에 봉헌하고 끊임없이 기도를 드렸다. 본당에서 나눠준 선교 도구에 정성을 더해 냉담교우들을 찾아다녔다. 나이도 많고 허리도 아파 남들보다 더 많이 또 오래 다니지는 못하지만, 느릴수록 그 결실은 더욱 깊어졌다. 본당은 이러한 서씨의 노력을 인정, ‘선교 으뜸상’을 전달했다. 그래도 서씨는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내가 한 일이 뭐 있다고, 너무 과대평가 하는 것 같아요. 하늘나라 가서 상 받으려 했는데 벌써부터 이런 큰 선물을 받았으니 어쩌나.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여야지요.”
서씨의 선교는 탄탄한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단종교 신자들이 서씨의 집으로 찾아와 선교를 하려고 할 때도 서씨는 오히려 가톨릭이 너무 좋다며 가톨릭으로 올 것을 권유할 정도다.
“처음 성당에 왔을 때는 졸리고, 힘들기도 했지만 이왕 발을 들였기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정말 성당만큼 숨은 봉사를 많이 하는 곳이 없어요. 제가 정말 잘 선택했구나 싶어요.”
최근 서씨는 추운 겨울 날씨에 낙상으로 허리를 다쳤다. 서씨는 완쾌 후에도 또 다시 선교의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해야지요. 어느 누가 이 늙은이의 말을 듣고 성당을 찾아줄지 모르겠지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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