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관장 고상진) 어르신들은 그 누구보다 복지관 내 소식에 밝다. 복지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중원 알리미 기자 봉사단’이 전하는 복지관의 생생한 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원 알리미 기자 봉사단은 복지관에서 컴퓨터 활용과 사진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주축이 돼 지난 2009년 9월 창단됐다. 기자단 어르신들은 복지관 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취재한다. 취재한 내용은 매월 발간되는 ‘뉴스레터(소식지)’에 실려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전해진다. 기자단은 이제 복지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됐다.
기자단은 창단 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모양새를 갖춰나갔다. 창단 초기에는 인터넷에 사진 올리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타도 골칫거리였다.
“글짓기라면 질색을 했었는데, 기사를 쓰려니 처음에는 막막했었죠. 그런데 자꾸 쓰다 보니 감이 조금씩 오더라고요. 어쩔 땐 제 기사에 스스로 감탄하기도 하지요.(웃음)” 기자단의 막내 조영희(61)씨가 말했다.
어르신들은 다양한 실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돼 발을 동동 구른 사연, 실수로 사진을 지웠던 기억 등 사진촬영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았다. 기자단 창단 때부터 활동해 온 박용화(74)씨에게도 아찔한 기억이 있다.
“지방으로 취재를 갔는데, 글쎄 카메라를 깜박 잊고 안 갖고 간 거예요. 군인이 총 없이 전쟁터에 나온 꼴이었죠. 그 사건 이후로는 취재 가기 전 준비를 더 단단히 합니다.”
어르신들의 기사는 밝고 희망찬 내용이 주를 이룬다. 노년의 따뜻한 미담도 단골 소재다.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풍부한 감성은 어르신들의 기사가 가진 특징 중 하나다. 기자단 강여실(체칠리아·64) 단장은 “우선 기사를 통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아직 기자라는 호칭이 어색해요. 무엇보다 우리가 즐겁고 좋아서 하는걸요. 취재에 필요한 장비와 경비도 직접 마련해요.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통해 긍지와 기쁨을 얻습니다.”
기자활동은 어르신들의 생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복지관에서 배운 컴퓨터와 카메라를 계속 활용할 수 있어 자기 계발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문장력과 상식도 풍부해졌다. 기자로서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기사작성법에 관한 책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읽는 한편 평소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도 꼼꼼히 읽는 버릇이 생겼다. 기자단은 앞으로 전문성을 더해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에게 ‘기자’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제게 있어 기자활동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같아요. 오늘은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설레는 마음으로 취재에 나서게 되거든요.”
가정/생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