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세계’라고 불리는 최빈국들이 대다수인 대륙. 아프리카는 50여 개의 나라가 독립해 저마다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시아 다음으로 커다란 대륙이다.
1인당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2012년 기준) 8000달러 이상인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이렇다 할 GDP조차 없는 나라들까지, 그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은 너무도 다양하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 울고 있는 그들의 손에 알맞은 손수건을 건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헤아리는 것부터다.
■ 식량 위기
아프리카의 식량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온 것이었다. 국내 방송은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과 눈물짓는 그들 부모의 이야기를 연일 방영했다. 그러던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위기가 더욱 악화된 것은 2009~2011년이었다. 에티오피아에서 모잠비크 잠베지강(江)까지의 지역을 아우르는 동아프리카에서 식량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 식량 위기가 닥쳐온 이유는 다양했다. 60년만의 대가뭄과 세계 곡물가격 인상, 지속적인 분쟁, 난민의 발생, 인도적 지원의 부족 등이 주된 이유였다. 동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식량 위기는 2011년 말이 되자 곧바로 서아프리카 지역까지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이렇듯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된 식량위기로 2012년 한해 약 180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했다.
한국교회의 공식 해외원조기구인 한국 카리타스인터내셔날(이하 한국 카리타스)의 아프리카 원조 내역은 아프리카 식량위기의 경로와 정확히 일치한다. 2012년 초, 동아프리카에 40만 달러(한화 4억6940만 548원)를 지원하고 곧바로 같은 해 4월, 말리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에도 25만 달러를 지원한 것이다. 이처럼 식량난은 ‘소리 없는 쓰나미’라고 불릴 정도로 아프리카 전역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 식수 위기
사실 식량난보다 먼저 아프리카를 찾은 것은 식수난이었다. 극심한 가뭄에서 시작된 최악의 물 부족 현상은 작황의 실패로 이어졌고, 식량 가격의 폭등과 물을 둘러싼 민족과 부족 간 분쟁이 발생했던 것이다.
최근 동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한국 카리타스 국제협력팀 신혜영(아녜스) 팀장은 “곳곳에 아주 작은 웅덩이들이 두세 개 남아있는데 녹조와 오염이 심각해 악취가 진동을 했다”며 “마침 한 여자아이가 세 마리 소를 몰고 와 소에게 물을 먹이고 가족들이 마실 물 한 통을 뜨고 있었다”고 전했다.
케냐 카리타스에 따르면 얼마 남지 않은 더러운 물을 동물과 사람이 함께 이용하고 있으며, 동물로부터 오염된 물을 사람이 마시고 병에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UN은 7월 소말리아 남부지역을 ‘기근’ 상황으로 선포하고 가장 긴급한 구호지역임을 알린 바 있다.
■ 내전과 종교 갈등
아프리카의 내전 문제는 심각하다. 오랜 기간 서구사회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는 독립 후에도 민족과 부족 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닥쳐오는 식량·식수난 등 다양한 이유로 계속해서 분쟁 중에 있다. 최근 소말리아는 정부조차 해외로 피난해 있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이어지는 교전과 해적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시에라리온, 콩고, 르완다, 말리 등에서도 자원 채굴권과 부족 간 다툼 등으로 수많은 참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22년간의 내전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단은 2011년 북수단과 남수단으로 분단되기도 했다.
독립으로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상흔에 시달리고 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상처와 뿌리 깊은 불신 등으로 오랜 시간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수단에서 4년 3개월간 해외선교사로 함께 했던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는 본지 ‘수단에서 온 편지’를 통해 수단의 상처를 전한 바 있다. “수단에서 이웃이 된다는 것, 이웃으로 산다는 것은 머리에 깊숙이 박히는 가시관을 쓰고 심장을 쪼개는 것 같은 아픔을 나누는 일이다. 정의가 존재하지 못하는 불의한 현실은 끊임없는 복수의 악순환을 낳게 되기에 용서와 화해와 평화를 가르쳐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다가온 사건은 이들과 함께 ‘불의한 폭력’이라는 십자가에 함께 매달리는 것이었다.”
종교 간 갈등문제 또한 여전하다. 수단의 내전 원인은 남부 아프리카계 기독교와 수단인민해방군이 중앙정부의 이슬람주의와 차별정책에 반기를 들고 무장투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북수단에서는 신원불명의 무장단체가 성당을 기습, 물건을 약탈하고 성직자를 납치하기도 했다. 이슬람교와 에티오피아정교 신자들이 대부분인 에티오피아에서도 그리스도교 신자에 대한 배척이 일어나고 있으며, 기독교계 반정부군과 인민해방군(정부군)의 전투인 우간다 내전 등도 대표적 종교분쟁의 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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