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수사는 기쁨 가운데로 나아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적으로 아프고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수도자인 저를 통해 웃고 행복해 하는 분들을 보면 하느님의 도구로서 살아갈 수 있어 뿌듯해요.”
평수사들의 공동체인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 연학장(유기서원장) 이은명 수사는 평수사 성소 감소 문제에 앞서 수도자로서 살아가는 기쁨을 설명했다. 이 수사는 이어 “하지만 이런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평수사 성소가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회 내 평수사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저조하다. 서울 가양동 늘푸른나무복지관 관장을 겸하고 있는 이 수사는 평상시 복지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직원이나 공무원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수사’라고 밝혀도 “그게 뭐냐?”며 되묻는 사람도 종종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비판하기에 앞서 수도자들이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잘 못 살아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솔직히 평수사를 자주 접하고 만날 기회가 없다보니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신자들이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이 수사는 반면 성소가 한 쪽으로 편중되는 경향의 교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 유럽교회가 평수사 성소 감소로 시작해 성소가 전혀 없는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평수사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수도회에도 평균 2년에 1~2명의 입회자가 있어요. 양성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다수 생깁니다. ‘이게 무슨 문제인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회복지현장 등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평수사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교회의 심각한 일입니다.”
이 수사는 가톨릭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느님의 사랑 실천’이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 평수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며 교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자는 공기와 같아서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평수사를 희망하는 성소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평수사를 넓은 시야로 봐야할 것 같아요. 수도회의 사도직이 아니라 성소를 내면 깊이 들여다보고 깨닫게 되면 좋겠어요. 또한 가족 중에 평수사 성소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삶을 지지하고 지켜봐주길 바랍니다. 우리도 역시 모두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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