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고 싶은 마음은 하느님이 주신 마음이잖아요. 펜 보내기는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학생이라면 누구나 연필꽂이나 필통 구석에 잘 사용하지 않는 펜이 있기 마련이다.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음에도 쓰지 않는 펜. 연세로스쿨 가톨릭학생회 로뎀나무 소속 민혜빈(체칠리아·29·반포4동본당)씨는 그런 펜을 모으고 있다. 바로 남미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펜이다.
“아마 남미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돈이겠죠. 하지만 저는 펜 보내기를 통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민씨의 펜 보내기는 어떤 전문기관이나 구호단체의 활동이 아니다. 그저 학생 2명이 뜻을 모은 결과다. 봉사활동을 통해 수단에 보낸 펜이 값지게 쓰이는 모습을 본 민씨는 여행 중 남미 빈민가의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후배를 통해 펜을 전달하게 된 것이다.
홍보는 주로 SNS와 교내 포스터로 이뤄졌다. 특히 새 학기를 준비하며 독서실 등의 자리를 정리하는 요즘은 펜을 모을 절호의 기회였다.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 평소 연락이 없던 지인들도 펜을 전해왔고, 교수들도 선뜻 새 펜을 지원했다. 그렇게 모은 펜이 600자루를 넘어섰다. 민씨는 “로스쿨은 대부분 공부에 치여 나눔이나 봉사에 인색한 분위기인데도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며 “나눔의 마음을 끌어 낸 것에서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펜 보내기는 일회적인 행사지만 민씨는 이를 통해 나눔에 관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또 이 고민을 펜 보내기에 참여한 모든 이와 함께하고자 한다. 민씨에게 펜 보내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비록 펜은 쉽게 전했지만 나눔을 쉽게 잊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이번에 펜을 기부한 분들과 남미 어린이에게 펜을 전한 모습을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담아 공유해 다음에도 다시 나누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여기까지가 펜 보내기의 마무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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