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리라.”(마태 12,20) 이 말을 믿는 이에게는 틀림없이 상한 갈대는 소생하고 꺼져가는 심지는 불꽃을 다시 피운다.
엄동설한의 추위가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찬바람이 매섭던 19일 임정만(마르타·46·서울 공덕동본당)씨는 “올 한 해만 어떻게든 넘기면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감췄다.
임정만씨 얼굴을 뒤덮고 있는 짙은 병색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난방비조차 낼 돈이 없어 비좁은 집은 냉기가 흐르고 집 입구에서부터 방 구석구석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추위를 이기려 양말 두 켤레를 껴 신고 방에는 종이박스와 신문지를 두껍게 붙여 놨다. 한 주먹만큼의 온기라도 얻기 위해서다. 그저 엄마와 같이 있어 즐거워하는 막내딸(마리아·5)이 희망의 씨앗 같았다.
2009년 3월 막내가 태어난 지 81일째 되던 날, 임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해고통지를 받았다. 임씨는 큰아들(대건안드레아·고2), 작은아들(스테파노·중2)과 막내딸 3남매의 실질적 가장이었다. 만성간염, 지방간, 식도염, 위염, 빈혈로 고생하면서도 착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자녀들을 보면 고된 일을 하면서도 기운이 났다.
남편은 오래 전 공장에서 일하다 오른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엄지를 빼고 네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장애로 인해 주말도 없이 일하지만 벌이는 턱없이 부족했다. “34세에 혼자 돼 딸 넷을 모진 고생으로 키운 친정어머니와 제가 너무 닮았어요.” 임씨는 한탄했다.
임씨는 해고된 후 정신적 충격으로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고 남편 월급만으로는 월세 50만 원과 보증금 대출이자 월 30만 원을 내는 것도 버거워 병원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한다. 몸은 날로 쇠약해져만 간다. 집주인까지 월세를 올려주든지 집을 비우라고 성화다. 임씨는 올 1년만 더 살게 해 달라고 ‘버티고’ 있다. 꺼져가는 심지에 누가 다시 불을 붙일 것인가?
임씨는 서울대를 목표로 할 정도로 성실히 공부하고 본당에서 전례단 봉사도 하는 큰아들이 버스비를 아끼려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 30분 넘게 학교에 걸어가는 뒷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이들 봐서도 반드시 일어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도 지금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이웃을 돕는 인물이 되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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