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과 방식과 표현에 있어 새로운, 새 복음화의 사명이 긴급히 요청된다. 그것은 쇄신된 영성, 친교와 사명과 새 복음화의 영성을 갖춘 새로운 복음 선교사를 요구한다. 모든 본당과 공동체, 가정은 이러한 영성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설립 40주년을 맞고 있는 FABC(아시아주교회의연합)가 아시아 대륙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는 결의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FABC는 지난해 12월 10~16일, 베트남 호치민 수안록교구 사목센터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40년-아시아의 도전들에 응답하며:새로운 복음화’ 주제로 열린 제10차 정기총회 최종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교회는 지역 사회 안에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비관주의·염세주의에 대항, 새로운 복음화의 특별한 열정을 드러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복음화 사명을 강조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아시아 안에서 소수를 형성하고 있는 가톨릭교회가 보다 큰 용기를 지니고 복음화의 사명에 임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FABC는 구체적으로 아시아교회가 새로운 복음화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견지해야 할 사안들을 10개 부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개인적인 신앙 체험’ ‘선교 열정’ ‘하느님 중심의 삶’ ‘친교에의 헌신’ ‘대화 소통’ 등이다. ‘낮춤의 현존’ ‘예언자적 선교수행’ ‘희생자들과의 연대’ ‘환경에 대한 관심’ ‘순교정신’ 등도 언급됐다.
이러한 입장들은 기본적인 새로운 복음화 의미의 테두리 안에서 제시된 것이기도 하지만 아시아 대륙의 현실과 교회의 실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 및 복음적 식별에 대한 요청이 다분하다. 특히 ‘희생자들과의 연대’ ‘환경에 대한 관심’ ‘예언자적 선교 수행’ 등은 세계화와 상대주의, 근본주의의 물결 속에 ‘가난’과 ‘착취’가 빚어지는 아시아 대륙 현실 속에서 교회가 어떤 자세를 지니고 관심을 가져야 할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희생자들과의 연대’(Solidarity with victims)에 대해서는 근본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의한 희생자 수가 날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불의로 인한 희생자 편에서, 사회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함께하셨던 예수님을 본받아 희생자들과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에게 연민을 갖는 기본적 영성이 있어야 함을 제시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부문에서도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두드러지게 일어나는 현실’을 걱정하면서 ‘그 결과는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더욱 큰 재앙을 초래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아시아 대륙 현실에 바탕을 둔 FABC의 이 같은 의견은 다른 대륙들과는 구별되는 아시아의 특성에 기인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9년 권고 ‘아시아교회’를 통해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문화와 종교, 언어, 민족들의 다양성을 비롯해 다양한 복합성을 지닌 사회적 처지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FABC 신학위원회 신학전문위원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아시아의 상황 속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는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동시에 그 씨앗이 자라나는 토양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는 면에서 아시아는 다른 대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양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FABC는 지난 40년간 아시아의 상황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게 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FABC 총회에는 한국에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대리)가 참석했으며 아시아 20여 개국 78명의 주교들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FABC 창립과 발전 과정에 대한 발표에 있어서 창립 초기 FABC의 비전과 구체적인 추진을 도모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역할과 노력이 조명되기도 했다.
한편 강우일 주교는 과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 군대가 범한 잘못에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를 표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FABC는 아시아교회, 사회의 복지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목적으로 한 동남아시아 지역 주교회의들의 자발적인 협의체로, 1972년 12월 6일자로 교황청의 정관 승인을 받았다. 한국을 포함 아시아 지역의 14개 주교회의가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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