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는 자신의 작품 「말(Les Mots)」에서 “나는 장발장의 운명을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장발장은 빅토르 위고 문학의 최고 걸작이자 정수인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이다. 요즘 문화계의 화제는 단연 영화 ‘레미제라블’이다.
1980년에 사망한 사르트르가 다시 살아나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최신 시설의 영화관에서 ‘레미제라블’을 본다면 과연 “나는 장발장의 운명을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할까? 틀림없이 “영화는 원전과는 다르다. 원전을 완전히 읽지 않고 영화만을 보고 「레 미제라블」을 논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라고 딱 잘라 말할 듯싶다.
상영시간이 158분에 이르는 영화 ‘레미제라블’은 일반적인 영화에 비하면 대작처럼 보이지만 원전의 방대한 분량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종교, 정치, 사회, 문화 등 삼라만상의 온갖 인간사와 비교하면 지극히 일부분만 시각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면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상업적 성공이 최대 관건이기에 원전에서 감동과 흥미를 유발하는 장면만을 뽑아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진정 인간이 쓴 작품인가’라고 읽는 이를 압도할 만큼 장중하고 치밀하게 묘사, 서술되는 미리엘 주교의 신앙과 사상, 아라스의 중죄법정에 자진 출두하기 전 장발장의 고뇌와 비탄, ‘또 하나의 파리’라고 일컬어지는 파리의 하수도, 7월 혁명을 둘러싸고 요동치는 프랑스 정치사, 은어(隱語)로 표출되는 파리 하층민의 실상, 워털루 전쟁과 나폴레옹의 몰락, 장발장과 코제트에게 안식처가 돼 준 19세기 수도원의 깊숙한 신비 등은 원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영화에서는 스쳐가는 한 장면으로 제시되거나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서점에서 쉽게 눈에 띄는 한 권으로 축약 번역된 「레 미제라블」의 영화화이지 원전의 영화화와는 거리가 멀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고전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읽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정의한다면 원전 「레 미제라블」이야말로 고전 중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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