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우리는 늘 변화하고 미완성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랑을 위하여 ‘주님 안에서 서로 화합하고 용서하고 희생하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느새 우리 본당이 설립 14주년이 되었습니다. 고잔의 터에서 주님을 모셔온 지난 14년을 돌아봅니다.
1999년 1월, 우리 고잔본당의 발전과 교우 모두의 화합을 위해 서로가 희생하고 마음을 보듬는 자세로 먼지만 있을 뿐 아무것도 갖추어진 것이 없는 어수선한 상가의 볼링장을 치우고 다듬으면서 조금씩 성전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대견해하고 서로에게 미소 짓던 생각이 납니다.
돈이 없어 새로운 장궤틀도 없이 막걸리 의자의 못이 튀어나와 새로 입고 간 옷이 찢어져 속상해하던 일, 미사 중에 움직이면 삐그덕 소리를 내던 일, 어디서 구해온 쓰던 장궤틀이 들어올 때 무겁고 큰 의자를 계단으로 킁킁대며 나르던 모습, 교리실이 없어 성전에서 여기저기 모여 레지오 회합을 하던 모습, 낮았던 상가의 3층 성전 천장, 멋지고 예쁜 성전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아늑했고, 우리의 소망을 담아 기도할 수 있었고,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사랑의 주님의 집’에서 기쁨의 미소를 보내며 서로에게 따스함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했고, 때로는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심한 말도 던지고 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니 엊그제 같던 일들이 다시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미사 후 커피와 차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보니, 그냥 성당 밖으로 나가버리는 교우들을 볼 때면 상가성당의 어려운 점이 참으로 마음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대미사 때나 성탄, 부활 때 천장이 낮다보니 공기가 탁해져 기침하는 어르신들, 미사 중 위층 노래방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합기도장에서 운동하는 소리 등 참으로 많은 애환을 안고 사는 우리 교우들.
그래도 상가 3층에 자리 잡은 성전과 교리실, 사무실, 유아실, 아늑하게 자리한 우리의 성당이 아름다운 주님의 집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우리는 화합하고 일치하고 ‘가정 같은 성당, 성당 같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 서로 사랑합니다. 땅을 밟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성모동산을 갖추고, 주님과 함께 영원히 가꾸어야할 성당터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고잔본당의 멋진 사랑과 희생, 봉사를 나누는 교우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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