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아프리카 선교를 떠나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설레는 느낌도 들었지만 내심 차오르는 두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정말 이 나이에 생각대로 잘 할 수 있을까? 선교를 한답시고 마음만 앞섰다가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남들에게 부담만 주면서 흐지부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주님께서 한번 해보라고 불러주신 길이니 끝까지 보살펴주시겠지”하는 배짱으로 부딪쳐 보기로 했다.
사실 선교를 떠나기 전에 영적 준비를 위한 30일 피정이라도 한번 다녀온 뒤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스페인 산티아고 성지순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800km라는 긴 순례의 길을 걸으면서 나의 육체적, 정신적 강인함을 확인하고 싶었고 이 시간을 통해 주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알려 주실 것 같았다.
나는 즉시 짐을 꾸려 프랑스 생장 피드포르라는 곳으로 갔고 그 다음날부터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까지의 800km의 긴 순례 길을 시작했다.
하루에 25~30km 정도 걷다 보니 32일 만에 꿈에도 그리던 산티아고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없이 길고 험한 길이었으나 내 생애에 가장 평화롭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은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선교를 목전에 두고 있는 내가 당시 순례 중에 얻은 귀중한 교훈은 첫째,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나라는 것, 둘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이를 악물고 목적지까지 가야한다는 것과 셋째,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더불어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발에 물집도 안생기고 아픈데도 없이 긴 여정을 마치고나니 아직도 쓸 만한 육체와 정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게 됐다. “주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라고 기도를 드리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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