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지가 많이 자리한 교구의 특성을 살려, 신앙 선조들의 정신이 우리 모두의 마음과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에도 더욱 힘을 써야 합니다. 그동안 각지에 분산된 순교성지의 전담 신부를 임명해 성역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끌고, 교구 교회사연구소를 설립하는 등의 과정도 신앙의 역사와 순교신심을 우리 삶 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는데요. 이러한 가운데 신앙 역사 유물과 신앙생활 자료를 모으고 보관해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일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지난 2005년, 교구 공문의 형식으로 ‘천주교 신앙 역사 유물 및 신앙생활 자료 봉헌’을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한국교회가 100여 년간의 박해시대를 견뎌내고 격동의 사회 흐름 속에서도 발전을 이뤄오는 가운데, 한국 교회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는 곳곳에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교우촌이 분포돼 있었다는 특징도 매우 중요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회 역사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앙의 유산을 수집해 선조들의 신앙과 그 역사를 후손들에게 전해줄 박물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종 자료들을 모으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하는데요. 교회사적 가치가 있는 박해시대와 일제시대뿐 아니라 이후 신앙생활 중에서도 사용해온 각종 물건과 사료들을 문화유산으로 올바로 보존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기도서와 교리서 등의 서적과 각종 성물, 사진,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성인 및 순교자들의 유해 등 다양한 유품과 유물들은 신앙교육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순교 선조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다시금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도 분명 피하실 수 있고, 큰 명예를 누리실 수 있었지만 정말 바보처럼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순교 선조들도 예수님을 따라 그 길을 걸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참으로 신앙인으로 살고자 한다면 바보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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