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에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이 하늘나라에서 재회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성부로부터 파견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충실하게 하느님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이제 하느님 아버지의 모든 사명을 완수하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여 천상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고 있다.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나신 성부 하느님은 양손을 활짝 펼치며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예수님도 성부처럼 양손을 펼치며 아버지 하느님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다. 그분의 양손과 가슴에는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생긴 못자국과 칼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온갖 고통을 다 이겨내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로를 바라보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의 눈길에서 깊은 신뢰와 사랑, 위로와 위안을 살펴볼 수 있다.
▲ 성자 하느님.
▲ 성부 하느님.
할아버지 신부님의 평범한 말씀들이 그 자리에 있던 내게는 큰 위로가 됐다. 언제나 신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하는 것이 본당 사제의 삶이다. 그러다 보면 내적으로 공허해 지기 쉽고 때로는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 성탄 판공성사와 예절 집전 등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내게 그 신부님의 걱정스런 말씀은 큰 위안이 됐다.
또한 할아버지 신부님의 말씀은 오래 전에 내가 많이 들어보았던 것이었다.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기신 아버지께서도 내가 방문할 때 마다 언제나 같은 염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그날 그 신부님을 통해서 오래 전에 듣고 잊어버렸던 아버지의 말씀을 다시 듣게 되었다.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아버지를 할아버지 신부님의 인자한 모습 안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현재 사목하고 있는 본당에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홀로 힘겹게 사는 분도 있고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매일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주일 미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분들의 어깨에 손을 얹어 주면서 할아버지 신부님께 들었던 말 가운데 몇 마디를 들려주곤 한다. 그러면 그분들은 나의 말 한마디를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며 눈가의 눈물의 닦기도 한다. 때로는 평범한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