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선암사 스님들에게 ‘김치보살’로 불리는 자매가 있다. 김인숙(디냐·53·광주 매곡동본당)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 년 365일 거의 쉬지 않고 김치를 담그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치를 전하며 환하게 웃는 김씨를 보면 영락없는 ‘김치보살’이다.
“환자분들은 입맛이 떨어져서 식사를 잘 안하려고 하세요. 낫기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하는데 억지로 먹는 밥이 얼마나 들어가겠어요. 그래서 아픈 사람들에게 전해줄 김치는 더 맛있어야 해요.”
김씨가 담근 김치는 주로 양로원이나 아픈 수도자들에게 전달된다. 광주대교구 고(故) 김정용 신부의 식복사로 여러 해 지내오면서 아픈 수도자들이나 사제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제 김치 덕분에 밥 잘 먹고 있다는 말씀이 저를 행복하게 해요. 비록 넉넉하게 살고 있진 못하지만 필요한 것은 주님께서 다 주실 거라 믿고 살았고, 또 실제로 다 챙겨주셨어요.”
김치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소금은 염전을 하고 있는 친척을 통해 가져오고 고추나 양파, 마늘 등의 재료는 농사를 짓고 있는 언니로부터 가져온다. 믿을 수 있는 재료에 좋은 솜씨가 곁들여지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갓 물김치를 병원의 수녀님들께 보내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세요. 맵지도 않고 항암치료로 인해 뒤집어진 속을 편하게 해줬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효능에 있어서도 갓 물김치는 환자들에게 좋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변에서 ‘갓 물김치’와 ‘갓 물김치국수’를 특허 등록하라고 성화지만 김씨는 유명해지는 것보다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김치 팔아서는 돈 못 벌어요. 재료비하고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죠. 사서 먹는 것이 훨씬 싸요. 그냥 여러 사람이 좋은 김치 먹고 아픈 신부님, 수녀님이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보람이 제가 계속 김치를 담그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문의 010-8614-6360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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