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외신종합】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고국인 폴란드 바르샤바대교구장을 지낸 요제프 글렘프 추기경이 1월 23일 바르샤바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83세. 추기경은 1년 전 폐암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르샤바대교구에 보낸 추모 전문을 통해 “그는 ‘정의 안의 사랑을 위해서’라는 주교직 사목 지표를 평생 동안 지켜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교황은 이어 “글렘프 추기경은 자신의 주보성인인 성 요셉의 정신에 따라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며 “하느님의 뜻에 겸손하게 순종하는 정의를 바탕으로,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교회를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직무를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수행했다”고 치하했다.
폴란드 공산주의 통치 말년, 그리고 폴란드 민주주의 회복의 시기에 폴란드교회를 이끌었던 글렘프 추기경은 1929년 태어나 1950년에 신학교에 입학, 1956년 26세에 사제품을 받고 로마로 유학, 라테라노대학교와 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 시민법과 교회법 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바르미아교구 주교로 임명, 불과 2년 뒤에 바르샤바대교구장에 임명됐다.
그가 바르샤바대교구장에 서임될 당시 폴란드는 공산당과 연대노조의 일대 결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는 지나치게 정권의 약속을 수용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 지도자들에게 피신처를 마련해주거나 잦은 직설적인 강론, 공산 통치 아래에서는 금지된 집회를 성당에서 갖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공산 통치가 끝난 후 그는 민주화된 폴란드에서 교회가 여전히 그 위상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르멜 수도원을 세우는 계획을 옹호해 유대교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에이즈를 ‘도덕적 죄악’의 결과로 지칭하거나, 파업 중인 농부들에게 테러 행위를 하지 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렘프 추기경은 껄끄러운 사회 문제들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가톨릭-유대교 관계를 증진했으며, 에이즈 환자들의 고통을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냈다. 그는 2006년 바르샤바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글렘프 추기경의 선종으로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은 모두 210명, 그중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119명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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