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객 수 130만을 넘긴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에 대한 의견은 영화가 개봉한 지 한 달여 된 지금까지도 분분하다. 매체들은 상생, 이야기, 이성과 본성 등 다양한 주제로 영화를 풀어냈다.
그럼에도 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커다란 힘은 ‘믿음’에 있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 파이는 어릴 때부터 이슬람과 가톨릭, 힌두교를 번갈아 찾으며 믿음을 갈구한다. 동물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끊겨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 동물들을 싣고 가던 도중 배가 침몰해 태평양 한가운데 표류할 때조차 ‘시험에 들기 전까지는 믿음의 힘을 모른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파이는 구명선에 동물들과 타게 되지만 배고픔에 허덕이는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 벵골호랑이와 파이만이 배에 남는다. 배에서 호랑이와 대치할 때조차 그는 믿음을 내려놓지 않는다. 계속되는 폭풍우로 죽음이 눈앞에 놓인 순간에도 그는 ‘절 창조해주셔서 감사하다. (신에게) 돌아갈 준비를 하겠다’고 말한다. 신이 파이를 조련하듯, 호랑이를 조련할 수 있다는 믿음도 버리지 않았다.
파이의 믿음은 그를 망망대해에서 살아남게 해준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의 이러한 꿈같은 이야기는 구조된 후 보험업자들의 조사과정에서 벽에 부딪친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는 결국 누구나 믿을만한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떤 이야기가 좋으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말한다. 신의 존재도 믿음의 문제라고.
사실 믿음만큼 비현실적인 것이 있을까. 그러나 믿음은 현실을 낳게 하고 자신을 살게 한다. 제자 토마스에게 예수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한 것처럼. 그리고 토마스의 의심은 결국 그의 믿음을 굳게 하는데 쓰였다. 이안 감독, 1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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