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 교회는 사회적 기업의 성장이 경제적 양극화와 복지 수요 증가 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사회적 기업 발굴·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이윤을 남기기란 쉽지 않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래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등장했지만 성공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사회적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청년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 김정현(필립보·28) 대표이사다.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딜라이트를 아는 이상, 듣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딜라이트는 보청기회사다. 다른 점이 있다면 ‘34만 원’짜리 보청기 판매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34만 원. 정부가 청각장애가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보청기 구입 보조금의 금액이다. 그러나 시중 보청기는 저렴한 것도 100만 원에 달했다. 가난한 사람은 보조금을 받아도 보청기를 살 수 없었다. 보조금만으로 보청기를 살 수는 없을까? 이 생각이 딜라이트의 시작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보청기를 사업아이템으로 구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돈 없는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사회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뿐이었습니다.”
법인 설립 3년에 접어드는 딜라이트는 연 매출 42억이라는, 사회적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급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시작은 기업이 아니었다. 2009년 가톨릭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프로젝트팀으로 출발한 딜라이트는 저소득계층이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했다.
먼저 복잡한 유통구조를 ‘회사-소비자’로 단순화시키고 기존에 맞춤형으로 제작되던 것을 한국인 평균사이즈를 연구해 표준형으로 제작해 대량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단가를 낮추고 이윤도 낮춰 저렴한 보청기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딜라이트의 시작이었다.
“주변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청을 겪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런 분들이 보청기를 받으시면 고마워하면서 없는 살림에도 편지나 먹을거리를 주십니다. 그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3년간 딜라이트가 판매한 ‘34만 원’ 보청기는 1000대에 달한다. 청년의 작은 생각이 1000명의 귀를 밝혔다. 딜라이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34만 원’ 보청기 판매는 사실상 적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34만 원’ 보청기 판매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게 김 대표와 딜라이트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이 좋았더라도 유지할 방법을 분명히 못 하면 도중에 닥치는 어려움에 흐지부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딜라이트는 ‘34만 원’ 보청기 판매를 가능하게 하려고 고급형 보청기 판매에도 노력하고 있다. 표준형, 대량생산 방식은 고급형 보청기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해줬다. 딜라이트는 회사에 연구소를 설치하고 보청기에 최고 성능의 부품을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이 수익이 딜라이트가 기업으로서 지속될 수 있게 해줬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이지만 김 대표 역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특히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운영하는 만큼 그 의미에 대한 성찰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김 대표가 찾은 곳은 성당이었다.
“사회적 기업은 교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굉장히 좋은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일을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일을 통해 부족한 제게 여러 가지 기회를 주신 하느님의 손길을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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